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사빈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로 측정을 해 보면 이혼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향후 생계에 대한 걱정, (아이가 있을 시) 육아에 대한 막막함 등 때문에 남성보다 이혼을 훨씬 더 어렵게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미 관계라는 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손상되었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도 훌륭한 하나의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저자께서는 먼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십니다. 어려서 부모님의 이혼을 겪는다는 건 아이에게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분노하게 되는 건, 동생(저자분의 부친)의 어린 아이들(자매)를 맡으면서도 학대와 폭행을 일삼는 백부와 그 가족들의 처사입니다. 형제 중에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으니 아내와 두 딸에게 어떤 처우를 하셨을지도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어린 나이에 동생을 돌보는, 사실상 엄마 역할을 하셨다는 회상을 읽으며 독자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 자매는 온실 속 화초는 고사하고 잡초처럼 자랐다(p57)." 

어려서 기업에 취직한 것도 가정을 돌보기 위한 결단이었으니 정말 장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회 생활의 어려움은 이때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 여초 직장이 흔히 그렇지만 상사나 오너가 누구 하나를 예뻐한다 싶으면 그때부터 따돌림이 시작됩니다. 이건 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죠.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다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저자께서는 27세의 나이에 식을 올렸는데 이때에도 시가와 혼수 문제로 트러블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 교통사고 후유증이 뜻밖에도 발목을 잡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에 불운이 이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닐 수도 있나 싶기까지 합니다. 수술 과정을 보니 참 의료진이라는 분들도 믿을 게 못 된다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감당을 못 하겠다 싶으면 애초에 무리하게 진행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염증이 자주 생긴 걸 보면 의료사고에 가깝지 않나 저는 추측되었는데, 저자는 책 중에서 그런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또 어느 간호사분에게도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있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특별한 손재주가 좋으셨던 시부께서 독서대를 만들어 오신 일도 인상적이었네요. 

이후에도 교통사고 후유증과는 무관하게 큰 고통이 찾아와서 대학병원까지 가서 진단을 받으신 결과가 대장 쪽의 이상이었습니다(궤양성 대장염. p174, p191, p303). 작다면 작은 사람 몸에 왜 이렇게도 복잡한 탈이 나며, 그 원인은 왜 이처럼  찾기가 힘든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앞선 그 병원에서도 경추 수술을 할 때, 자꾸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을 아마 예측 못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도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는데 환자분의 체질 문제가 있어서 그리되었겠죠. 저자께서도 부모의 이혼 때문에 더 일찍 철이 들어서 동생을 돌보았는데, 작은따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자분을 간호했다고 합니다. 

잘 맞지 않는 배우자와 억지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건 적지않은 스트레스이겠습니다. 이혼 후 원인 모를 피부병이 싹 나은 것은 참 놀라운 일인데 우리 주변에서도 (인과관계를 뚜렷이 추적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두 번 다시 상처받기 싫어 아빠 곁을 탈출했지만 사랑하는 남자들은 아빠와 닮아 있었다(p208)." 그래서 프로이트적 무의식이 그렇게 무서운 건가 봅니다. "새롭게 안 사실은 남자 도움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p219)." 상처 받은 세 모녀에게 여행만큼 힐링이 되는 처방이 없었는데 사실 남자 도움 없어도 가능한 게 어디 여행뿐이겠습니까. 

지독한 불운으로만 점철된 듯하지만 이런분께도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기도 했는데 한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다큐 프로그램에 저자분의 사연이 당첨된 것입니다. 앞에서 경추 수술 당시에도 긴 치료기간 중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저자분이었죠. "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p255)." 두번째 이혼은 남편분께서 소송에 걸려서 더 고달프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삶이란 게 이처럼 고달프게 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무거워집니다. 여튼 "분명 좋은 날은 온다(p303)는 저자님의 힘찬 외침이,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도 힘을 불어넣어 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