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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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바턴이라는 미국 작가와 미아 그린버그라는 영국 배우 사이의, 믿어지지 않는(p96) 로맨스와, 후반부의 놀라운 반전이 매력 포인트인 소설입니다. p389의 역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약간 식상할 수도 있었던 로맨틱 코미디가 후반에 들어 그야말로 예측 불능으로 치닫는 게... 참고로 저는 폴과 미아 사이의 티키타카도 재미있었으며 작품 곳곳에 스민 프렌치 무드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읽었습니다. 

미아는 반려자였던 다비드 밥킨스와 아주 좋지 않게 헤어지고 뭔가 힐링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데이팅 사이트에 가입해서 누굴 찾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친구 다이지의 부추김이 크게 작용했는데, 한편 미아가 누군지 전혀 몰랐던(연예인한테도 관심 없던) 작가 폴은 친구 아서와 로렌의 장난으로(라기보다 차라리 운명의 장난으로) 멋진 레스트랑에서 미아와 만나게 됩니다. 

폴은 고국인 미국에서도 성공하지는 못했고 재능 있는 출판업자인 크리스토넬리를 만나 간신히 프랑스에서 데뷔하는데 이 역시 엉뚱하게도 지구반대편인 한국에서만 히트를 칩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꿈에 부풀어 있는데 한국 시장에서 일단 성공하면 중, 일, 나아가 유럽과 미국에서도 주목 받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폴은 한국인 번역가 "경"을 알게 되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독자는 잘 이해가 가진 않았습니다. 여튼 이 "경"의 존재(p42, p176)가, 폴이 미아하고 바로 잘 풀리는 데에 긴장, 방해 요인으로 계속 남습니다. 

이 소설엔 유난히 코리안 코드가 자주 나오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처럼 처음에는 그냥 한국 독자들을 의식한 양념이나 유머인 줄 알았습니다. p98의 서울국제도서전 언급(p184에서도)은 큰 비중이 없는, 지나가는 소리 같았는데 후반에 진짜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p197에서 "다음 책은 정찬부와 계약" 운운이라든가(정찬부는 ㅎㅎ 어디서 딴 이름인지), p35의  사이먼앤슈스터 언급(한국인들도 대학교재 원서 때문에 잘 아는 이름), p185의 "출판계에서 악수는 계약이나 다름없다" 같은 말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슨 프랭크 시나트라의 악수도 아니고. 

p302에서 조선일보, KBS, 한겨레신문 등이 언급되고 특히 한겨레의 대북 스탠스 같은 게 설명될 때만 해도 이 프랑스 작가님(폴 바턴 말고 마르크 레비)이 한국에 대해 참 많이 안다 싶기만 했는데... 더 이상은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p232, p316에선 일본인보다 한국인들이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작가 하루키도 언급됩니다. 

폴은 앞에서 말했듯 미국인인데 프랑스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작가입니다. p101에서 능글맞은 크리스토넬리가 "선지자는 고향에서 존경 받지 못한다" 같은 성경 구절을 인용할 때 무척 우스웠습니다. p195에서도 "나는 프랑스 거류 외국인입니다"라고 할 때 폴의 어정쩡한 주변인 처지가 또 드러납니다. 여튼p140에서 미아더러 "배우이신가요? 말할 때 표정이 풍성해요."라고 할 때 그의 센스는 돋보입니다. 미아가 p159에서 "유명세라는 게 별건줄 알아요? 다음날 그 신문지는 피쉬앤칩스를 싸는 데 쓰일 뿐이에요."라고 할 때 그녀는 배우로서의 자신 위상과 영국식 맛 없는 요리를 동시에 냉소하며 자학개그를 합니다. 

p164에서 "그 여자 감싸는 거 보니 마음에 들었네"라고 할 때 아서는 저 미아 친구 다이지만큼이나 눈치가 빠릅니다. 다이지는 p86에서, 또 p167에서 케이트 블란쳇을 언급하는데 폴의 핸드폰 벨소리인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를 갖고 드립을 치는 장면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p40, p168, p259에서 비스트로가, p104에서 사부아 산 치즈가,  p56에서 브라스리가 언급되는데 브라스리에 대해선 모르는 독자가 있을까봐 역자가 각주도 달아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곳곳에서 브라스리와 비스트로 사이의 차이가 여전히 애매합니다. p189의 팔레 가르니에 대모험(?)도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부분인데 중이층(中二層)은 entresol이죠. 미국에서는 저걸 메자닌 석이라고 부릅니다. p239의 un ange passe 같은 표현은 상식으로라도 알아 놓으면 좋겠습니다. p65의 루 드 카스티글리온 언급도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이 소설 제목이 P.S. from Paris인데 p116, p183, p346 등에서 ps라는 단어는 세 번 등장합니다. p121에 한국어 추신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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