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죽음의 패러독스 -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죽음 죽음학 3부작
김달수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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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인류의 지성은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속체이며, E=mc^2라는 공식은 기어이 핵에너지의 해방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발명가이자 산부인과 원장님이시며 원종와인샵 대표인 저자는 학부 시절 공대에서 전자학을 전공하신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앞선 대목까지 자유자재로 논의하면서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행합니다. 우리가 이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또 머리로, 갈등 없는 이해, 수용, 혹은 달관이 가능할 때, 죽음에 대해 비로소 담담한 자세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혹 죽음에 대해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불안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기초 위에서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아직 살 날이 창창히 많이 남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그 외 현대물리학의 첨단이론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를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께서 이 문제에 대해 평소에 엄청 숙고하신 흔적이, 술술 전개되는 쉽고 정확한 문장들 속에 역력히 배어납니다.   

책 p22를 보면 저자께서 아인슈타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생각의 도구인 인간 지성의 자유로운 창작뿐이다(p22)."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에 관념론적 시간을 정의한 바 있었고 이것을 근 천 수백 년 후 뉴턴이 절대시간, 절대공간 개념으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말하자면 시공간 개념이 종교에서 과학으로 변환된 것인데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칭송 받는 것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전에 없던 것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는 시간이고 공간이고 간에 좌표와 관측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정의될 뿐이고, 시간이 설령 절대 좌표축에 의해 고정이라 가정해도 공간은 시간에 의존하는 잉여개념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생각이 상식이지만 20세기 초에 불쑥 이런 말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상상을 해 버면 참...  책에서는 p61 등에서, 시간이 반대로 흐르거나 기타의 흐름을 보이는 경우를 설명합니다. 빛의 속도를 초월하는 물질이 발견되는 것만으로는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지 않은데, 이는 빅뱅 이후 그렇게 성질이 고정되어 그렇다고 합니다. 이게 깨지려면 반물질의 존재까지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앞서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라는 시간이 순전히 인간의 기억에 의해 구성되는 주관적 실체라고 했습니다. p116에서는 시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절차기억, 의미기억, 일화기억 등이 장기기억을 이루며, 이 장기기억의 형태 때문에 과거에 대한 모양새나 이미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의 사후교신(p197)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어떻게 보면 2014년작 <인터스텔라>도 이 모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인 이상 죽음이 달가울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불안(p247)은 일정연령대에 달한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 현상이며 어떤 부자들은 그래서 냉동인간(p264)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하고 재산을 투자하여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의학은 이에 대해 이른바 4P의학으로 대응방식을 보이는데, 예방, 예측, 맞춤, 참여의 네 가지 방향입니다. 

"죽음은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p324)." 몇 년 전에 출간된 같은 저자분의 <죽음학과 임종의학개론>과 <죽음학 스케치>도 지금 읽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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