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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는 아주 간단한 마법 - 존중하기 ㅣ 같이쑥쑥 가치학교
조영경 지음, 시은경 그림 / 키즈프렌즈 / 2023년 1월
평점 :
이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하나는 각자 특기와 단점이 다른 김준기와 박선우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 주며 친구가 되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가정 환경이 다른 친구들과 달라 왠지 학교에서 위축될 것 같은 세 아이가 서로 으쌰으쌰하며 기운을 돋우는 내용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공감할 만하지만, 두번째 이야기는 나이 든 독자라면 "요즘은 이런 일도 있나?"하며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예전에는 편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람직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그저 과거와 지금의 현실이 엄연히 다르기에 어린 세대(혹은 누구라도)가 그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뿐입니다.
김준기는 운동 신경이 탁월합니다. 미끄럼틀을 탈 때에도 마지막에 엉덩방아를 찧지 않고 사뿐히 내려오는데(p10) 몸놀림이 날래서 그렇습니다. 이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게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반에서 1등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합니다. 받아쓰기 점수가 30점(p19)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틀린 문제는 집에서 숙제로 해 와야 하는데 어떤 친구는 "달리기가 빠르니 숙제도 빨리 하려나?(p21)"라며 비웃기도 합니다. 제법 신랄한 말솜씨인데 얘 이름은 우혁이입니다. 메인은 준기하고 선우지만, 우혁이하고 도현이도 감초처럼 이야기에 나오는데, 우혁이는 선우과이고 도현은 준기과입니다. 적성이 비슷하니 친근감을 더 강하게 느끼나 봅니다.
비슷한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좀 다른 친구들과 사귀면서 그들의 장점을 배우는 것도 자기계발에 도움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성도 길러집니다. 장점이 극대화한 건 준기와 선우인데 격하게 싸우려 드는 건 우혁과 도현입니다. 각 진영(?)의 2인자끼리가 보스들보다 더 사이가 나쁘다고나 할까요? 우혁과 도현이 다투는 걸 말린 후 준기와 선우는 다소 울적해졌는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조용히 되돌아보다가 서로 만납니다.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하는 걸 알고 둘은 서로 교환과외(!)를 해 줍니다.
선우는 준기한테 틀린 문제만 집중적으로 복습해 보라고 합니다. 이른바 오답노트 작성, 혹은 메타인지 능력 함양입니다. 준기는 선우한테 일단 공연히 겁 내는 버릇을 버리고, 몸을 재빨리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합니다. 다리를 넓게 벌리면 발끝이 틀에 닿아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라서, 상대의 아쉬운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는 거겠죠.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책에는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p43)" 질문도 하고 교훈도 정리해 줍니다. 이야기는 학생들이 자기 주변에서 얼마든지 실제 겪을 수 있으므로 친근하게 잘 읽히겠지만, 독서는 재미 느끼기와 공감하기 이상의 액티비티가 되어야 하므로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처럼 더 생각해 보기를 어린 학생들에게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보민이, 은성이, 민서 등이 주인공입니다. 보민이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입니다. 딴에는 친한 척 아는 척 하느라고 "사와디캅!" 같은 인사를 건네며 장난치는 규민이 같은 나쁜 아이도 있습니다. p52에도 나오듯 이는 태국 인삿말이라서 더 큰 실례입니다. 은성이는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이며 민서는 아빠하고만 삽니다. 조손가정과 편부모 가정이 서로를 도우며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이 매우 좋았습니다. 마무리에서 책은 서로 다른 가정이 있음을 다른 아이들이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을 가르칩니다. 이야기엔 안 나오지만 새터민 가정 유형도 있음을 독자에게 환기시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