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수업 - 십대들이 알아야 할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정선렬 지음 / 행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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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보통 그 개론 레벨을 학부 1학년 정도에서 교양으로 듣곤 합니다(문이과 불문. 교필까지는 아니라도). 생각 없이 당연히 여겨 온 여러 문제에 대해 치밀한 사고와 고민을 거쳐 내놓은 해답들을 읽어 보면 재미도 있고 어떤 각성의 기쁨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기와 학부 저학년은 시간상 그리 멀리 떨어진 거리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기왕 배울 것 더 어린 나이에 배워 두면 사고력 향상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초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제조된 위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울리히 벡이 처음으로 고안했는데, 인류는 진화 초기부터 자연계로부터의 여러 위험에 노출되었던 상태였습니다. 야수의 습격, 자연재해, 흉작 등은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였으나 이는 인류가 차례로 극복을 해 온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우리가 겪는 여러 위험들은, 여러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인류가 인위적으로 건설해 온 문명이 유발한 것입니다. 책에는 국내외의 여러 끔찍했던 재난 사례가 나오는데 이 모두는 우리가 자연 상태로 살았더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위험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원시 단계로 돌아갈 수는 없고, 다만 위험이 종래 겪어 오던 것과는 성질과 대처, 예방 방법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게 이 담론의 목적이겠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이 어떤 소속, 환경에서 자라왔겠구나 싶은 분위기, 품격 같은 게 있습니다. 나도 알고 나를 상대하는 사람도 그런 견적(?)을 다 내고 평가를 마친 후 대응전략을 짜는 게 보통이죠.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를 두고 아비투스라 명명하며 한 사람이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아비투스를 체화하느냐에 따라 소속 계급이 결정되는 기제를 설명합니다. 특히 이 책은 현직 사회과 교사가 쓴 책이므로 아이들을 그 아비투스에 따라 차별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를 묻는 이 대목이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굴 차별하고 안 하고는 그 타인에 대한 선호보다는 결국 자신과의 친연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므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차별하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도 그 순간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열심히 차별하는 중이겠으니. 

세상에는 갖가지 종류의 반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술자를 대신 사서 내가 할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요즘은 게임도 대리로 시키는 풍조가 있는데 최근 중국 바둑계도 AI 치팅이 크게 문제되어 시끄러워졌죠. 대체 게임이 뭐길래 대리까지 사서 시킨 후 위신을 세우려 들까요? 여기서 저자는 로버트 머튼의 아노미 개념을 원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하려 드는데 다소 독독창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아무튼 아노미는 무엇이 본질이고 곁가지인지를 성원들이 혼동하는 데서 그 시발점을 마련합니다. 

조지 S 패튼은 2차 대전 중 한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 사이를 "같은 언어에 의해 갈라진 사람들"이라 표현한 적 있습니다. 바벨탑 이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에 의해 갈라진 적은 있어도 같은 언어가 누굴 반목시킨 적은 없으니 일종의 패러독스 레토릭입니다. 여튼 서로 다른 언어는 갈등과 알력의 불씨가 되며 각 종족의 내부 언어와 상징이 단결과 통합을 위해 더 정교하게 발달할수록 그 외부와의 이질화는 더 가속화합니다. 이를 위해 인류 전체는 소통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겠으며 특히 한민족의 경우 남북의 이질화 방지에 더 주력할 필요도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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