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 수업 -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메이트북스 클래식 12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강현규 엮음, 안해린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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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본디 인간들에게 떠오른 다양한 질문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형성된 학문입니다. 그 해답의 영역은 심지어 자연과학에까지 미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에서 보듯 철학의 원 영역은 자연과학에 가까웠습니다. 천재라 칭송되는 아인슈타인 역시 철학자 마흐의 착상에서 큰 도움을 받아 상대성 이론을 완성했습니다. 철학의 영역이 이처럼 광범위하고 그 기능이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여태 위대한 철학자들이 죽음의 의의, 귀결, 구조에 대해 해명을 시도 안 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이 내어놓은 결론이나 시론들이 실제 우리들 개개인에 큰 도움을 주는지 여부는,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나서 판단을 해도 해야 할 듯합니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껨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행동은 자살"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역시 삶의 목표가 죽음이라고까지 극단적인 결론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몽테뉴는 자신의 시대에 활동하던 많은 계몽주의자들, 그 중에서 회의론자들이 즐겨 말한 대로 "죽음이 인생의 목표"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내놓습니다. 이 책 p51에서 그는 "나는 늙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쁨의 순간까지도 움켜쥐고 싶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그의 시대로부터 천 년도 전에 나왔던, 고대 로마인들의 carpe diem!(우리들도 잘 아는 그 말)을 풀어쓴 문장입니다. 라틴어 carpo(1인칭 현재형. carpe는 2인칭 단수 명령형)는 원래가 쥐어뜯다, 움켜쥐다라는 뜻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아무리 격렬하게 저항해 봐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고 어차피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닥칠 운명입니다. 책좋사에서 몇 년 전 제법 두꺼운 볼륨의, 죽음을 주제로 삼은 책 여러 권을 받아 읽어 봤습니다만 그 책들에서도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것들이었습니다. 인생이 유한하고 청춘은 그 중에서도 짧기에 그 허망하고 무상한 육체적 쾌락에 우리는 그토록 집착하는 것이겠습니다만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죽음이란 누구에게도 다가옵니다. 예쁜 연예인에게건, 무소불위의 권력자에게건... 

몽테뉴는 이 책 p43에서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드물다는 건 드물게 운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는 몽테뉴의 시대에 그러했다는 것이며, 영양과 위생 상태가 수백 년 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개선된 현재에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사실은 오히려 몽테뉴의 저 말에 타당성을 더합니다. 자연 수명을 다하여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는 건 분명 행운이며 특별히 부유하거나 건강을 타고나야만 가능한 게 오늘날에는 아닙니다. 죽을 때 비참해지고 고통스러워지는 게 과거에 비해 훨씬 빈도가 줄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에 비해 우리들은 확실히 운이 좋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인(哲人) 황제로 유명하며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패륜의 아들에게 비명에 암살당하던, 온화하고 현명한 군주의 이미지로 현대인에게도 인상 깊습니다. 그의 표현은 한 줄 한 줄이 시(詩)와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어제는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내일은 한 줌의 재로 변한다(p101)." 또 이런 말도 합니다. "당신이 아내의 뱃속으로부터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가련한 영혼이 그 (늙은) 껍질로부터 빠져나오는 순간을 기다려라.(p97)" 이분은 알려진 문명 세계 1/6을 다스렸던 최고의 권력자였으면서도 인생의 소중하고 감성 충만한 순간들을 평범한 가장처럼 맞이했던,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부끄럼 없이 살고, 죽음과 인생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깊은 통찰을 해 본 사람이라야 저런 말을 남길 수 있지 싶습니다. p197에서 키케로도 "삶이란,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집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인용하는 5인의 철학자 중 세 사람이 고대 로마 시절 소속이며, 한 사람은 근세인, 한 사람은 19세기 인물입니다. 죽음에 대해 가장 성숙한 태도와 견해라면 이미 고대 로마인들(중 가장 현명한 이들)도 갖출 만큼 갖췄다는 뜻이겠죠. 세네카는 "죽음을 구하는 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p155)."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은 죽음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죠. 먼저 삶에 대해 바른 관점이 잡혀야 죽음에 대해서도 올바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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