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우면서 평온할 수 있지
김여진 지음 / 알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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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음을 평안히 다스리려 해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며, 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내 마음처럼 일일이 통제하거나 특정 주파수에 맞춰 놓고 살 수는 없습니다. 만약 "마음의 평안"이라는 걸 그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겠죠. 저자 김여진 선생은 평안과 혼란이라는 서로 모순된 상태를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 속에 조화롭게 공존시킬지에 대해 여러 편의 잔잔한 글을 통해 우리 독자들에게 좋은 팁과 가르침을 전달합니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꽤 오래 전 영화지만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었습니다. 이건 좀 독특한 게 원제가 "리틀 미스 선샤인"인데 한국에서만 단어들의 순서가 바뀌었죠. 저자께서 지적하듯 요즘 TV에서 송출되는 컨텐츠는 흡연 장면이 블러링되고 (영어라고 해도) 심한 욕설은 비프처리됩니다. f word뿐 아니라 사실 screw라는 단어도 특정 맥락에서는 같은 뜻인데 이건 또 (인지도가 떨어져서인지) 그대로 보냅니다. 단 저 개인적 생각으로는, 문화의 차이이겠지만, 미국 영화에서는 원색적 욕설이 너무 자주 들립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뿐 아니라 어느 영화라고 해도 감독은 그 대목에서 그 욕설이 그 인물들의 입에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꼭 쓰여여만 한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연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 시청자가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성인 시청자도 안방에서 느끼는 바는 좀 다를 수 있으니 저런 조치도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분 1초 단위로 계획을 세워 살던 시절."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부지런하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하며 다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저자 말씀대로 꼭 모두가 이렇게 살 필요까지는 없고 타인에게 (아무리 그게 옳다 해도) 무엇인가를 그의 의사에 반해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때라도 일분일초 단위의 계획을 세우며 산 적이 있었다는 걸 다소는 자랑스럽게 내세웁니다. 그 방식을 지금 이순간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인생에 적어도 특정 시기에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그처럼 치열하게 살았음을 증명할 수도 있어야 할 것 같네요. 

골든글로브(공교롭게 지금이 그 시즌입니다)라든가 오스카 상, 심지어 노벨 상 수상자라고 해도, 발표 수상 당시에는 모두가 박수를 보내지만 몇 주만 지나도 사람들의 관심은 싹 멀어집니다. 내 인생 내 외모에 사람들은 내가 신경쓰고 다니는 것만큼의 100,000분의 1도 관심 없습니다. 물론 인생을 열심히 살고 커리어 예쁘게 가꿔야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강박 때문에 오히려 성과나 내 성취감 유발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되죠. 남들은 내 인생에 관심 없으니 힘 빼고 부담 줄이고 다소는 여유 있게 일에 임해도 될 듯합니다. 

"은서(가명)은 처음 봤을 때 내가 이십대 초반으로 동생인 줄 알았다고 사과했다(p83)." 저자님 말씀대로 이건 사과할 일이 아니라 감사 장려를 할 일이죠. 이처럼 여성들끼리의 정겹고 사분사분한 소통은 남자들이 흉내낼 수 없는 어떤 효과를 낳기도 하기에 부러운 점도 있습니다. 그건 안 된다 쳐도, 런던에 소재한다는 모노클이라는 카페는 혹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p119에는 살구라는 분과 <김 비서 왜 그럴까>라는 드라마를 놓고 나누는 대화가 있는데 여주가 어떤 배우(책에 언급된)였는지 궁금해서 찾아 봤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마이 하트 윌 고 온"해야만 합니다. 당시 외환위기 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크게 바뀐) 서울극장에서 개봉했던 <타이타닉>은 많은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내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의 모든 소중한 사람들도(책도) 함께, 해저로 가라앉지 않고 함께 항해를 이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죠. 잭이 저렇게 벌벌 떨 때 로즈는 왜 이기적으로, 교대도 안 하고 저런다고 당시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라도 우리는 가능한 한 같이 가야 합니다. "오늘도 책들이 익어 간다(p198)."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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