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덱 - 조직 문화를 선언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박창선 지음 / AM(에이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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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든 고유의 문화가 있어야 성공합니다. 이 문화는 대개 그 창업주가 자신의 개성을 심어 놓은 데서 출발하는 게 보통인데, 여튼 기업 고유의 문화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스며들고 체화되어 조직 전체가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시장에서 살아남고 목표한 바대로의 성과가 나옵니다. 이 책 p162에도 나오듯이 기업 문화는 bottom-up, 즉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윗단이 바뀌면 회사의 색깔도 바뀐다. 그래서 회사는 열린 사회와는 다르다." 

"기업의 문화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체계로 존재합니다(p42)." 이 말만큼 기업 문화의 구조적 특징을 잘 요약한 문장도 드뭅니다. 체계라는 건 다른 말로 표현하면 유기체입니다. 부분은 전체를 위해, 전체는 부분을 배려하며 한 몸으로 작동하는 거죠. 이런 기업 문화는 암묵적으로 기업 성원 간에 공유될 수도 있으나, 이 책은 더 선명한 자기 주장을 합니다. 가급적이면 더 명확하게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게 글로 쓰여야 하며, 시각적으로 모두가 같은 시간에 바라볼 수 있게 만들면 그만큼 더 동기도 강화되고 진행 상황도 한눈에 파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eck은 이런저런 샵 앞에 설치한 우드덱이라고 할 때의 그 덱과 같습니다. 이런 덱도 가게 외관을 더 돋보이게 하거나, 접근성을 높이거나, 가게 컨셉을 외부로 더 확장하여 행인들에게 어필하는 효과가 있죠. 정체성은 물론 무의식중에도 확정되고 성장하지만 기왕이면 더 두드러지게, 더 분명하게, 더 넓고 깊은 범위로 "선언(p36, p124)"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성격을 분명히하고 기록으로서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예로 조선왕조실록, 고대 이집트의 세뉴, SK그룹 사내컨텐츠 스토리웹툰까지 거론합니다. 원래 SK그룹은 이런 개성 있는 컨텐츠를 통해 기업 문화를 외부에까지 홍보하는 능력으로 유명했죠. 

"컬처덱에 담긴 내용이 학습의 영역이 아닌, 감정과 함께 움직이는 감탄과 공감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p105)." 머리로만 옳다고 받아들이면 그건 공부이고 이론이지 문화 단계까지 넘어가지를 못합니다. 유행하는 말로 "~를 책으로 배웠냐?"는 게 있죠. 물론 책으로 배우는 게 서당개가 풍월 읊듯 어깨너머로 어설프게 배우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머리에만 정리해 넣는 건 머리에조차 오래 남지 못하며 행동이나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기도 힘듭니다. 그 사람의 감정과 체질에까지 스며들어가야 그게 문화로서 바르게 노릇할 수 있죠. 

책을 쓴다, 집단 기록을 남긴다는 게 의외로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듯합니다. 학교 다닐 때도 우리는 각종 동아리나 취미 활동에 참여하는데 그저 사진만 찍고 행사만 개최하고 끝에 아니라 보통 이걸 책자로 남깁니다. 이미 이뤄진 활동도 그렇고, 앞으로 이뤄질 활동도 기록으로 명확히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큽니다. 이런 기록화와 퍼블리싱은 월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하는 식으로 정기성(periodicity)를 갖춰야 한다고 저자는 가르쳐 줍니다. 

컬처덱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요? 참고서와 보고서와는 달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입니다(p169). 정보를 찾거나 연구 공부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감정이 잘 전달되게,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모두가 한꺼번에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확 퍼뜨리기 쉽게, 누가 봐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회사가 열린 사회와 다르다고는 하나 피드백(p288) 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면 이는 조직을 괴사시킬 수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어떤 열린사회 못지 않게 피드백이 활발해야 하며, 어떤 민주적 가치의 구현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상품을 많이 팔기, 많은 이익을 올리기 등)를 달성하기 위한 피드백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잘 지내고 케미스트리를 강화하는 데에만 주목하지, 구성원 중 누구 하나를 떠나보내는(퇴사)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컬처덱에 이런 이별의 순간이 자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건, 아니면 그 성원의 성장을 위한 이직(p376)이건 2차 집단에서는 얼마든지 가입과 탈퇴가 합리적인 이유와 절차에 의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잘 형성되고, 잘 성장한 기업 문화는 잘 전파될 필요도 있습니다. p390에 원활한 전파를 위해 피해야 할 요소,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가 설명됩니다. 똘똘한 컬처덱은 그 자체가 한 명의 유능한 사원, 간부이며 자체 논리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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