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얼업 : 상 - 가장 찬란한 계절의 이야기
차해원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대학생 때이고 보면 이런 드라마는 그냥 화면에 나오는 풍경(대학 캠퍼스 위주)과 선남선녀들 구경만 해도 기분이 업되는 듯합니다. 예를 들자면 p59 같은 곳인데, 주인공 도해이(여)는 알바인 최집사콜 스쿠터를 타고 고지대에 자리한 집을 내려가 이런저런 심부름을 대행합니다. 시나리오에는 그런 구체적인 지문은 없으나 심지어 달동네 모습도 엄청 예쁘게 찍혔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는 연희대, 그리고 호경대 학생들이 끌어가는데 누구나 눈치챌 수 있듯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모티브로 삼았겠습니다. 물론 드라마 매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 극에 등장하는 어떤 요소들도 실제와 무관하다는 설명이 나오긴 합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명문대 소속에 기인한 엘리트 부심 같은 건 잘 안 보이는 듯하고(p56에 해이의 모친 춘양이 그런 대사를 하긴 합니다), 대신 출신 성분에 따른 우월의식, 열등감 등은 아주 뚜렷하게, 자주 노출됩니다. 라이벌인 호경대는 S#50에서 한자 표기가 虎京大임이 드라마에서 확인됩니다.
20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주제가 노릇을 하다시피한 Stepping on the rainy street 라든가 Treize jours in France 같은 곡처럼, 이 드라마에서는 예전 노래 Go west를 변형한 연대 고유의 응원가가가 빈번히 들립니다. 드라마 1회 시작할 때(책에서는 p14) 도해이에게 일종의 ASMR 노릇을 하는 명상 메시지가 나오는데 성우 김기현씨 목소리 같습니다.
p23에 주선자가 도해이더러 삼다라고 부르는 대목이 있는데 책에는 무슨 뜻인지 설명이 없고 드라마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건 도해이의 별명이고 그 뜻은 "많이 자고..." 등 세 가지를 많이 해서 그렇게 붙었다는 자막이 좌측 하단에 나옵니다. 가난하면 많이 먹진 못할텐데 p24에는 도해이가 자신의 가난한 형편을 의식하며 "내 개천은 달라. "라고 하는 대사가 있고 이게 드라마에서는 "My 개천 is different."로 바뀝니다. p99의 "합응"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고 알았습니다.
솔직히 요즘 대학생들이 응원, 치어리딩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대본에도 그런 점을 의식은 하는 듯합니다. p33에서 앙드레김 선생님(실존 인물 이름이...)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진짜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습니다. p34에 나오듯 사실 응원단장복은 "촌빨 낭낭"이긴 하며 단장인 정우 혼자 자기만의 부심에 가득한 듯합니다. p49 연대책임은 連帶인지 延大인지 헷갈리고... (?). 2002년 월드컵 때를 회상하는 p43의 기수대장 역(단역)은 드라마에서 윤병희씨가 맡았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시청했던 <스토브리그>의 스카우터 역이어서 기억이 났습니다. 드라마 1회 마지막에 "특별출연해 주신 윤병희씨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크레딧도 나옵니다.
이런 드라마에서치고는, 여주인공의 문제 있는 전남친이 너무 악질인 설정이라서 잠깐 놀랐는데, 재혁이 친구 영준에게 자신의 험담(과 찰 결심)을 하는 걸 듣고 해이 역시 p52에서 공개적으로 결별을 통보합니다. 그런데 대본에서는 "(재혁이 네가) 너무 귀한 자식이라서(마마보이 암시)"라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작아서(거기가 아니라 그릇이)"라는 대사로 바뀌어 깜짝 놀랐습니다. 재혁의 에고가 이때 큰 상처를 입어 반드시 보복해야겠다는 원한을 품은 듯한데 해이가 어린 나이치고 꽤 예리해서 이런 재혁의 의도(화해하는 척하고 때를 봐서 더 잔인하게 참)를 정확히 캐치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과사 벽에 붙은 문구가 p56에는 아무말도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돈이 최고다"와 함께 Money talks라고 영어로 의역되네요.
p60에서 선자의 대사 "알바를 리스펙.." 운운이 재미있었고, p63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유명한 표현이겠습니다. p66에서 빠빠빠빰빰거리며 춘양(해이 모친)이 흥얼거리는 곡조는 <파이널 카운트다운>의 일부이며, p82(#6), p239 등에서 "사랑한다 연희" 어쩌구 하며 나오는 노래는 <Por una cabeza>겠죠. 좀 뒤에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도 잠시 들리고, <연극이 끝난 후>는 훨씬 예전 노래인데도 극에 삽입되었습니다.
p110에서 피로회복제 박o스라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냥 브랜드가 바뀌어서 "피로-N"이라고 나옵니다. p127에는 이온음료라고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브랜드가 포oo 500ml처럼 보이긴 하는데 빨리 지나가서 뭔지 모르겠습니다. #64에는 숙취해소음료 확깨(...)가 등장합니다.
p70 대목을 영상화한 한지현 배우의 백덤블링 장면은 놀라웠습니다(...). 표정이 다채로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이런 변화무쌍한 연기를 따라가는 게 좀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그쪽 공중도덕 개념에 문제..."라며 정우 흉내 내는 대사는 제 귀에 잘 안 들려서 이 책을 보고서야 뭐라고 했는지 겨우 이해했습니다.
시나리오와 실제 드라마는 여러 차이가 있었습니다. S#8이 통째 없어졌고, p144에서 대본에는 40곡, 드라마에서는 50곡으로 차이가 납니다. p151에서 해이의 대사가 "저 알반데"인데 드라마는 "알바 있는데"입니다. p153의 who's that?는 드라마에서 없어졌습니다. S#53에서 "왜 나한테만 뭐라고해"라고 해이가 투덜대는 시나리오에는 없습니다. p74에서는 앞장면이 다시 왜 나오나 했더니 다른 시야(정우의)에서 본 에필로그이며 p20 계단 장면도 그 의미가 다시 해석됩니다. 이건 드라마를 실제 봐야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S#64 "골반흔드는거 보기 싫다"가 대본에 없던 게 들어갔습니다.
S#33에서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으로 해이가 정우를 가려 줍니다. 정우가 깔고 자는 책 중에 Bradt의 <Astrology Processes>가 있고 이건 그의 전공을 감안할 때 납득이 되는데, <9성기학 실전사례>(이승재)라는 책이... 일단 영어로 된 <9star ki...>라는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