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곤고한 날에는 이 책을 본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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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고"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곤고(困苦)하다: 형편이나 처지가 딱하고 어렵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중 표준국어대사전)." 김병종 교수께서 그 삶이 곤고하다고 했을 때 이는 반드시 물질적, 경제적 가난을 일컫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혹은 진로의 결정에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마땅한 선택이 어려울 때 같은 것도 사람의 처지를 다 곤란게 만드는 것입니다. 혹은 투자의 결과가 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사내 승진에서 실패했을 때 같은 게 이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소위 자연인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 있는데 자연과 동화되어 아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타인과의 불필요한 소통도 거부한 채 무위의 삶을 사는 가치를 서양인들 사이에서 크게 끌어올린 사상가가 아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이겠습니다. 디팩 초프라의 여러 가르침에 대해서도 김 교수님은 언급하는데 "만물에는 지성이 있다"는 그의 말(p37)은 아마도 소로 덕에 더 유명해졌을 듯합니다. 자연을 앞에 두고 이런 겸허한 깨달음을 가져 봐야 "죄를 발견하고 고백하는 일(p38)"이 약간은 쉬워질 듯도 합니다. 

저자는 감명 깊게 읽으신 고전 중 하나로 A W 토저의 여러 작품들(p65)도 거론합니다. 저자는 신(神), God의 원형에 대해 토저만큼 선명하고 생생하게 서술한 저자가 또 없다는 듯, 정말로 삶이 곤고할 때 과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영혼에의 교통으로 알려 줄 존재로서의 신에 대해 절절한 어조로 토로합니다. 아론의 금송아지로 오해 받지 아니할 신은 알고 보면 "가장 미소(微少)한 자 중 하나"로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이를 못 알아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고 합니다. 토저에 대해서는 저 뒤 p145에 다시 언급이 되네요. 

한국은 1990년대 전반에 최수철 작가 등을 중심으로 사소설 붐이 인 적 있습니다. 사소설이라고는 해도 엔도 슈사쿠의 경우 핍박받는 소수의 고통을 조명하는 가운데 경건한 신앙을 집중 조명하여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중국, 조선도 그러했지만 일본에서 행해졌던 기독교 박해는 참으로 잔혹한 행태를 보였는데 실존 인물인 페레이라 신부의 이른바 배교 행각은 유명합니다. 그에게는 자신이 직접 당한 "구덩이 안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보다, 이토록 가혹한 박해 도중 한 번도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은 신의 무관심, 냉담함이 더 큰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김 교수님은 그런 배교자 페레이라의 진솔한 고백부터가 이미 그리스도의 실존 증거라고 말합니다. 신은 그런 추하고 비겁함 속에서조차 어떤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간절한 기도에 대해 신은 과연 가장 멀고 가장 안 보이는 방식으로만 응답할 뿐인가? 참 냉소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님은 의외로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며 신은 때로 놀라울 만큼 직설적으로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 예는 로잘린드 고포드의 <하나님은 기도를 응답하신다>인데 중국 선교사였던 고포드 여사의 남편 조나선에게 일어났던 놀라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부부 모두 선교사). 신앙이 현실에서 응답을 받는 일만큼 기독교인에게 놀랍고 은혜로우며 통쾌한 게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 챕터는 본문 중에 저자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올 뿐 아니라 <하나님은 기도를 응답하신다>라는 제목으로는 서지가 검색되는 게 한 건도 없습니다. 물론 잘 알려진 책이겠으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아쉬웠네요. 또 p203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에서 인자는 人子이지 仁者가 아니겠습니다. 

"상황을 넘어서는 고요한 기쁨은 어떻게 창출될 수 있는가?" <기쁨의 날개>에서 스리 친모이는 가장 정제되고 믿을 수 있는 답 하나를 내놓습니다. 그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의 신과 명상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믿음을 더 강화했다고 고백했으며 김 교수님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참된 깨우침과 영적 평안은 종교와 교파를 초월하며, 좋은 책이 독자에게 끼치는 감화 역시 그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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