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레시피
호시노 나나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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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압력밥솥에 해먹는 게 맛있지만 편의성이 더 낫다는 이유로 전기밥솥을 자주 이용합니다. 그런데 전기밥솥으로 끼니 쌀밥만 짓는 게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물론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형을 갖추면 그 제품의 설명서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지금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대로라면 저가형이나 기본 사양만 갖춘 밥솥으로도 (그게 전기밥솥이기만 하다면) 이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거죠. 와. 

p5를 보면 "왜 전기밥솥인가?"에 대한 멋진 답들이 나옵니다. 그냥 기기 안에 재료만 넣으면 끝이라는, 그 편의성 때문에 일단 최고이며, 다음으로는 불조절 실패가 걱정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과연 그런 게, 팬으로 간단한 데치기만 해 봐도 불 조절의 그 미묘한 시간 계산에 까딱 실수를 해서 요리 전체를 망친 적이 저 개인적으로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이 부분 특히 공감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설거지가 편하다는 점을 드는데 이 부분은 위의 불조절과도 관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팬에다 양념 두르고 요리를 할 때, 다 먹고 나서 나중에 설거지할 때 아주 애를 먹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불 세기 조절에 실패해도 먹기는 뭐 꾸역꾸역 먹지만(그냥 버리자니 돈이 아까워서ㅋ), 팬에 눌러붙은 각종 탄 양념 치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철수세미로 빡빡 문지르다가 팬 코팅까지 나가서 갖다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전기밥솥은 이 과정이 아주 편하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이 경우 설거지도 안 하고 다음에 밥할 때 싹싹 다 비벼 먹습니다(ㅋ). 저 같은 경우 전기밥솥 레시피가 설거지 1회분 수고도 덜어주는 셈입니다(물론 권하진 않습니다). 불조절에 신경 안 쓰는 가장 큰 장점이 부각되는 레시피 예를 하나만 들자면 p83의 토마토 소스입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간편하다고 무작정 재료를 밥솥 안에 욱여넣고 스위치만 누른다고 끝이 아닙니다. 물론 극히 일부의 어떤 요리는 그래도 되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면 그 고유의 풍취를 최대한 녹여낼 수 있는 신중함과 섬세함이 필요하죠. 이 책의 진가는 지금부터 드러납니다. 

삼겹살조림의 경우 이 책이 꼭 아니라도 평소부터 밥솥에 넣어 조리하던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에도 뭐 아주아주 특별한 방법이 제시된 건 아니지만, 평소에 우리가 하던 방식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나더군요. 생강, 달걀을 넣는 건 똑같은데, 간장, 청주를 2큰술씩 권장하는 게 독특했습니다. 또, 일단 솥에 고기(손질 후)를 넣고 살짝 데친 후, 체에 밭쳐 물기 제거 후(p9), 다시 삶은 달걀을 넣어 조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물론 달걀은 다른 데서 삶아 온 후에 넣어야죠(이거 비슷한 게, 저 뒤 p59의 튀긴 두부도 미리 튀겨 놓아야 합니다). 고기의 물기 제거 후 다시 조리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p22의 새우만두는 난이도가 높은데, 일단 만두피(마트에서 팔긴 합니다)하고 새우를 잘 활용해 만두 자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한텐 너무 어려워서 이건 나중에 시도해 보려 합니다. 이 책에는 모두 94개의 레시피가 나오는데 만두 관련은 이게 유일합니다. 만두는 만약 시중에 파는 기성품 냉동만두라면 당연히 전기오븐에 넣거나, 혹은 접이식 삼발이를 이용하여 가스렌지에서 삶는 게 정석이고 위험도가 덜합니다. 그런데 여튼 이 책에 실린 사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만두를 보니 확실히 맛있겠다 싶긴 했습니다. 

p36엔 무려 럼레이즌 관련 레시피도 나오는데 여기서 본체는 치즈케이크입니다. 이 역시 치즈와 럼(럼주. rum), 건포도(raisin) 등이 사전에 다 준비되어야 합니다. 전기밥솥 자체는 간단하게 이용하는 기구지만, 그 외 부자재 준비가 ㅎㅎ 상당히 난이도가 높네요.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어른스러운 디저트"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럼주는 매우 도수가 높은 술이므로 취급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p47에는 러시아 보르시 레시피도 나옵니다. борщ라고 쓰는데 영어로는 독특하게 borscht라고 해서 끝에 t가 하나 더 붙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고기 스튜지만 수프로 볼 수도 있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만 이게 러시아 요리로 특히 알려졌지만 원래는 우크라이나 유대인 레시피라고도 하죠. 이 책에서 본 요리 중에, 언뜻 보면 복잡한 듯하면서도 전기밥솥 조리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항목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양은 100페이지가 채 안 되지만 사진이 많아서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소개된 레시피도 꽤 많습니다. 사진을 맛있게 찍어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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