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큐레이션 - 일상이 예술이 되는 MZ세대 미술품 투자법
한혜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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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미술품 투자가 큰 인기를 끈다고 합니다. MZ세대이고 아니고를 떠나, 일단 이렇게 특정 섹터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 그쪽에 신경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몰리는 곳을 영리하게 냄새 맡고 안테나를 곤두세울 줄 아는 게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하물며, 미술품을 사랑하고 아직 사람들이 못 알아본 초기에 미래의 명품을 발굴하는 안목까지 키운다면 이중삼중으로 기쁨이 커질 듯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자님 표현에 의하면) "일상이 예술이 되는" 투자법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여년 전 레디메이드를 예술세계로 끌고들어온 뒤샹은 그나마 양반이다. 어쨌거나 소변기는 관리를 잘하면 오랫동안 전시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p41)." 저자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코미디언"으로 내세운 바나나 한 송이의 예를 들며, "먹거나 썩으면 사라지는 이 바나나 한 송이는" (카텔란의 "개념[컨셉트]"에 의하면) 1억 5천만원으로 평가되었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의 그 박력 있으면서도 섬세한 터치라든가, 고흐나 르누아르의 색감 같은 것도 없이 그저 개념 자체가 예술로 여겨져 고가에 거래되는 시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기초의 기초도 되지 않은 쓰레기 사기꾼들이 스토리를 날조하여 날파리처럼 주목과 관심을 구걸하려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49에는 종래의 예술계 낡은 관행을 조롱하고 자유로운 창작 일체에 부과되는 굴레와 제약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파격적인 퍼포먼스 그 자체를 주력 브랜드로 내세우는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낙찰이 되면 그 즉시 파쇄기로 해당 작품을 잘라버린다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헤겔은 일찍이 예술가는 무릇 군주의 기상을 지녀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말년에 어떤 스캔들, 아들에의 변칙 상속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은 그 규모와 질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인데 책에는 2~3조 정도로 나오나 사실 금액으로 비루하게 환산할 수도 없는,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국보급 레벨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p61에 나오는 대로 "세기의 기증"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책에 실린 몇 점의 사진만 봐도 눈이 호강하는 듯한데 이제 이 컬렉션이 멀쩡한 틀을 갖추고 레귤러하게 관람객을 맞는다면 얼마나 행운이겠습니까. 

이 책을 골라든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점은, 과연 어떻게 해야 올바른 미술품, 크게 될 녀석을 알아볼 수 있겠냐이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백미라고 할 대목인데 특히 저는 p88 이하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첫째는 작가이며, 둘째는 작품인데 물론 너무나 상식적인 답이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 독자들이 꼼꼼히 읽고 또 읽어서 내 것으로 소화할 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작품을 평가할 때, 아무리 개념, 컨셉트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 작품에 쓰인 재료(p92)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다만 작가에 따라 싼 재료로 제작하는 이들도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판단하지는 말 것을 권합니다. 1차 미술시장에서는 "호당 가격"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통일성을 기하며(p97에 아주 유익한 표가 나옵니다), 콜렉터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2차 시장 가격에서는 또다른 변수가 있다고 합니다. 미술시장에는 좋은 작품이 등장하는 3D 법칙(p105)이 있다고도 하는데 death, divorce, debt(파산)이라고 하며 그저 재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p91에는 어떤 소장자를 거쳤나에 따라 가격에 영향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 소장자의 안목을 믿어서라는 설명입니다. 

여기까지의 설명도 무척 좋았습니다. 책 곳곳에 구체적으로 예시된 그림과 사진도 많으니 이해가 잘 되기도 했고요. 그럼 더 구체적으로, 저자께서는 현재 활동하는 어떤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있을까요? p124 이하에서 저자는 라이징 6인을 꼽습니다. 윤이도, 임지민, 장정후, 최수정, 토코토코 진, 호정 등 6인입니다. 

주식은 시장가만 내면 초보에게건 대자산가, 큰손에게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팝니다. 2차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겠으나 갤러리는 꼭 그렇지 않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선에서 가격을 정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가격에 작품을 팔 때 보다 작품을 더 아껴 주고(p174)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 같은 구매자를 더 대우한다는 점에 주목해야겠습니다. 가격 지상주의로만 가지 않고 이처럼 선별적 고객 정책을 취하는 이유는, 작가와 갤러리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합니다. 

p103에 보면 저자는 "옥션의 가격에 휘둘리지 말라"고 합니다. p188을 보면 역시 경매 참여 구매 방식의 단점으로, 높은 수수료와 함께 마인드콘트롤의 문제를 듭니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간에 부화뇌동, 충동구매는 금물이며 자신만의 확고한 관점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투자를 지향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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