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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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컸다(p6)." 주인공인 오성우는 집안에 돈이 없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돈이 없다 보니 연예인들 다니는 피트니스 센터(p123)를 등록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몸도 정말 빈약합니다. 돈이 없다 보니, 마음에 드는 여자애한테 이종사촌 재후처럼 비싼 반지(...)를 척척 선물해 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재개발지역에서 어울리지 않게 덩그라니 개업 중인 카페에 들어가서 수상쩍은 중고 아이템을 사게끔 유도되는데 오성우를 꼬드기는 건 점원 "꼬리"와 (잠시 후에 등장하는) 가게 주인 "심호" 두 사람입니다. 

"그 말은 다이어리 주인처럼 돈을 마음껏 쓰며 살 수 있다는 뜻일 거다(p46)." 그런데 이는 성우가 오해한 것이었고 구미호 카페에서 산 중고품에는 그 사용에 (18일 동안 모두 써야 한다는 점 외에도) 알고 보니 여러 가지 추가 제약 조건이 많았습니다. 돈이 그냥 무제한으로 들아오는 게 아니라, 하루 사용분이 정해져 있어서 당일이 지나면 그냥 사라집니다(p150). 나중에 보면 돈뿐 아니라 물건(p187)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성우는 이 사정을 몰랐기에 순댓집 딸 이영조를 괜히 도둑으로 의심하기(p111)까지 합니다. 

영조는 눈치도 없이(?) 막무가내로 성우를 좋아한 것 외에는 아무 죄도 없는데, 더군다나 (별 장점도 없는) 자신을 좋아해 주는 애한테 그렇게까지 굴다니 성우가 너무도 한심해 보였습니다. 이런 성우한테 원래 소원했던 돈은 안 들어오고 갑자기 짝녀 홍지레가 관심을 보여 옵니다. 마법이라더니 이건 뭐가 잘못된 거 아닐까? 그런데 성우는 여기서 "따지고 보면 그 돈도 홍지레 때문에 원했던 거잖아?"라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구미호 카페의 능력이 새삼 놀라웠다(p86)"고 합니다. 이 대목이 엄청 우스웠는데 만약 타락한 어른 같으면 아 지레고 뭐고 간에 그저 돈이 최고이며 돈만 있으면 고작 동네 퀸카인 지레 아니라 전국구 장원영 같은 여자도 만날 수 있었다며 억울해했을 것 같아서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 사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한심하게도 우리 자신이 뭘 원하는지조차 모릅니다. 구미호 샵(?)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냥 단순하게 소원만 들어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영혼을 올바른 방법으로 구제해 주기 위해 일견 이해가 안 되는 조화를 부립니다. 사실 진짜 기적은 하루 88만 2,400원이 (좀 이상한 영어 선생인) 강신도에 의해 입금(p88, p99)되는 게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 오성우한테 홍지레가 갑자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한계, 자신의 열등감을 필터로 삼아 세상과 타인을 봅니다. 오성우는 여태 그저 비싼 반지를 사 줄 수 있어서 지레 같은 아이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재후를 부러워했는데(사실 재후에게는 큰 키, 잘생긴 얼굴, 훌륭한 체격 등 그 외에도 장점[p26]이 많습니다), 재후는 사실 홍지레한테 큰 관심도 없고 그냥 반 아이들 생일을 본래 잘 챙기는 것 외에 다른 뜻이 없었다고 합니다(p179). 하긴 정말로 사랑하는 아이한테 주는 반지였다면 사기를 친(p101) 이모한테 시킬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백화점에 가서 샀겠지요. 

더 놀라운 건 이런 사정이 지레한테도 마찬가지라는 건데 얘는 여태 오성우가 챙겨 준 반지뿐 아니라 재후가 전에 선물해 준 반지도 원하면 너 가지라고 무심하게 내어 주기까지 합니다. 그럼 애초에 왜 홍지레는 오성우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수학을 잘해서?(p97) 그건 아니고(노력을 좀 했을 뿐 공부머리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닙니다. p26)사실 오성우는 이상하게 다른 친구들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재후도 p83에 나오는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 오성우한테 고마움을 느끼고(게다가 p106 사건도), 영조가 오성우를 좋아하는 것도 p59에 나오는 사연이 예전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 사건들은 오성우가 잠시 잊었을 뿐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죠.  

그런데 오성우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진 기억, 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오성우가 간절히 바랐던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고, 동시에 영조 아빠(순대 장인), 재후한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사람에게 중요한 건 돈이나 외모, 스펙 같은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하는 착한 마음이지 싶습니다. 그러니 행여 내가 좀 부족해도, 내 진실된 마음을 홍지레가 알아 줄 수도 있으니 용기를 내어 대시해 볼 일입니다. 

그런데 혹, 지레가 영 속물적이고 돈만 밝히는 애라면? 그런 애는 내 순정을 받을 가치가 없으니 내가 그냥 포기하면 됩니다. 이런 점도 잘 가르쳐 주는 다른 구미호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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