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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신인철 지음 / 성안당 / 2022년 11월
평점 :
저자 신인철 박사님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대에 재직 중인 중견 교수이신데 지금 이 책의 텍스트뿐 아니라 스토리, 일러스트, 말풍선이 딸린 캐릭터들 그림까지 손수 다 그리셨다고 나옵니다. 보통 만화를 봐도 이야기와 그림이 한 작가 솜씨라야 더 재미있고 흡입력이 있는데 이 책도 그렇습니다. cell biology는 요즘도 한국에서 인기 전공 분야이며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장래 진로로 삼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어려운 이름부터가 왠지 거리감을 주곤 하는데, 이처럼 재미도 있는데다 그 내용도 권위와 정확성을 동시에 갖춘 책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에 대해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활면소포체(滑面小脯體). 역시 생명과학 용어는 다들 어렵습니다. 표면에 리보솜이 없어서 미끌미끌한 탓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나옵니다(p58). 이 페이지 일러스트에는 큰 한자로 배경에다 滑이라고 썼는데 저자는 "깨알 같은 한자 공부!"라며 독자를 웃게 만듭니다. 사실 용어들은 대부분이 한자어인데 이처럼 그 정확한 뜻을 알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여기서 익힌 한자가 다른 분야 공부나 독서에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어이 형씨, 모든 약은 다 독이라는 말 알죠? 치료 효과도 있지만 우리 자체가 조금씩 독성이 있어요." 그러니 약은 당장 효능을 본다고 남용해서는 결코 안 되죠. 이런 이치를 우리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약병, 또 활면소포체 등을 살아숨쉬는(게다가 말도 하는) 캐릭터들로 바꾸어 표현합니다. 활면소포체가 좀 나이가 있으신 분인가 봅니다. 형씨 같은 올드한 어휘를 쓰는 품이...
요즘 나오는 생명과학 책들은 심지어 기생충이나 각종 미생물들이 우리 인체(system)와 애초에 적대적이거나 해로운 존재가 아니라, 같은 세상 안에서 공생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이른바 내부공생설(p78)에 따른 서술들을 많이 합니다. 알고보니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박테리아더라... 파스퇴르 이전의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각종 질병의 원인을 옮기고 다닌다는 생각에 그저 코웃음만 쳤습니다. 자신(미토콘드리아)이 만들지 못하는 종류의 단백질은 자신의 숙주 세 포로부터 원료를 얻어 와서 만드는 이치를 두고, 저자는 "국내에 부족한 공산품은 해외에서 수입해 오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세포 연접은 다양한 패턴들이 있습니다(이 파트가 내용이 상당히 어려운데 그림도 재미있고 워낙 권위자분의 서술인지라 이해가 쏙쏙 되었습니다). ATP는 에너지를 수송하는 최소 핵심 단위이며, 인산화 효소는 이 ATP에서 인산을 분해하여 다른 커다란 분자에 갖다붙이는 효소라고 합니다(p154). 여기서 부착연접이 등장하는데 상피세포들을 서로 촘촘하게 연결시켜 주는 기능이라고 하며 이는 접착연접과 데스모솜으로 다시 나뉜다고 나옵니다. 다시 저자의 탁월한 비유법이 나오는데 접착연접이 마치 벨크로(찍찍이)와도 같다고 합니다. 그저 비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내 최고 권위자의 설명답게 실질에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게... p168에는 벽돌이 시멘트로 인해 서로 붙어 있듯 세포연접이 그런 기능을 한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우리도 세포분열을 중3, 고2 때 배웠고 중요한 내용은 교과서에도 잘 나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본이 만화책 포맷인데도 내용이 깊이가 있고, 중고교 교과서에 안 나오는 설명도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G1기에서 S기로, 또 G2기에서 M기로 넘어갈 때 CDK와 사이클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p187). CDK4와 사이클린D의 관계가 어떤지, 코믹한 그림을 통해 잘 보여줘서 아마 이 사항이 머리에서 좀처럼 안 잊힐 듯하네요.
우리가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우기로 동물세포와 식물세포 사이의 차이가 세포벽이라고 배웠습니다. 두 딸세포 사이에 세포판이 만들어져 세포분열을 돕는다는 설명이 시원하게 이어집니다(p198). 세포 주기 파이 차트는 중고교 참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는 유독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세포주기가 혹 대충 진행되기라도 한다면, 마치 방학 생활 계획표가 대충 그려져서 학생의 계획이 망쳐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런 설명을 듣고 보니 세포 하나의 내실 있는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낌이 오더군요.
책 곳곳에 유머러스한 설명과 comic relief가 많아서 이 어려운 학문의 큰 줄거리를 대강이나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안당 특유의 세밀하고 선명한 편집도 독자를 즐겁게 해 주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