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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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여성분들은 학력, 재산, 외모,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상대와 결혼하려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혹 학력, 재산, 외모, 집안 요소 중 일부 혹은 거의 전부가 자신보다 못한 남자를 아주 자신만만히 고르는 여성분도 있는데, 이에는 다양한 동기가 작용합니다. 누가 나보다 낫다 못하다 어떻다는 물론 지극히 속물적인 판단이므로, 사실 둘 사이의 격정적인 사랑 외에 다른 동기가 없어야 그게 행복한 결합이긴 하겠는데,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이 그렇게 낭만적으로만 결정된다면 나중에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튼 한번 맺어진 소중한 인연이 끝까지 아름답게 이어지기란 정말 어려우니, 이혼이다 불륜이다 혹은 쇼윈도다 하는 흔한 전개가 아닌, 당사자 간의 노력을 통한 바람직하고 우아한 진행이라면 정말 대단하고 위대하기까지 합니다. 

"마더 데레사의 사주(p175)" 사실 개인적으로 사주니 이름 통변이니 하는 걸 믿지 않는데 이런 분들이 대체로 이미 주변 정보를 통해 당사자의 사정을 훤히 안 상태에서 설명만 그럴싸하게 갖다붙이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남편분은 야맹증이 있었으나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어느날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말았다고 합니다. 마치 코미디언 이동우씨의 경우와 비슷했는데 다만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었던 게 차이였다고 하네요(p26). 남편이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직장 등 모든 일거리를 잃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저자께서도 희귀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처럼 불운한 일이 또 있겠나 싶습니다. 시각 상실은 일상에서 겪는 불편이 너무도 크기에 이런 분을 돌보려면 그야말로 성인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겠는데 하물며 본인까지 병에 걸리시기까지 했으니... 

"인생은 정말 별것이 없"습니다(p193). 뜻하지 않은 횡재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마땅히 잘되어야 할 분들(이 책 저자분 부부 같은)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극한의 불운을 겪기도 하는... 그 와중에 작은 보람이나 행운이 찾아온 걸 두고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인생이라는 주사위놀음이 본디 얼척이 없고 아무 필연이나 응보가 작용하는 게 아니기에, 불운에 지나치게 분노하고 반대로 행운, 요행에 성취감을 느낄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별게 아니며, 조용히 관조, 달관할 수 있는 이가 진정한 승자입니다. "놀랍게도, 불친절한 삶 속에도 행복은 숨어 있다."  

"내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내 스스로가 채운 것이다... 그저 인내할 뿐이다(pp.62~63)." 그런데 어떤 극한의 불운, 불행 속에서도 이 부조리함을 담담히 수용하고 그 안에서 어떤 불변의 이치, 도리를 깨닫고 내면화할 수 있다면, 사실 부처나 예수의 길이 따로 없을 듯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찾아지는 내면의 평화나 안온함, 도덕적인 희열감 등은 그걸 실제 겪어 본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엄숙한 이야기나 교훈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책에는 그야말로 우리 이웃들이 일상으로 겪을 만한(알고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소소한 기쁨이나 소박한 깨달음도 많이 언급됩니다. 만약 책의 처음과 끝을 우연히 생략하고 중간부분만 읽게 된 독자라면 책의 성격이나 저자께서 처한 상황에 대해 완전히 착각하고선 유쾌하게만 읽어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분위기가 그만큼 밝을 수 있는 건 저자의 초극, 달관이 그만큼 높은 경지에 다다른 방증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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