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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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이 남긴 이 영원한 고전은 미국 문학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여, 영국의 개성과 완전히 차별화한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 받습니다. 한국어로도 여러 차례 번역되었고, 그 중 일부는 일어펀 중역(重譯)의 영향도 크게 받은 판본이라서 요즘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죠. 그래서 현대지성애서 펴낸, 더군다나 이종인 선생님의 정확한 번역인 이 책이 너무도 고맙고,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원본 출간 당시에 제작된 판화가 여럿 수록되었습니다. 상태가 대단히 좋아서 보는 맛, view의 쾌감이 있어요. 19세기 명작 판화의 완성도는 비단 이 작품들뿐 아니라 다른 대표작에서도 다 확인 가능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들은 텍스트가 맥락을 보강해 주기 때문에 더 생생한 매력을 픙깁니다. 

모비 딕은 희대의 명작인 게, 일단 구약의 아합 왕 같은 가공할 만한 폭군 캐릭터가 여기서 아무의 말도 듣지 않고 아무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독고다이(?) 선장으로 "환생"하여 등장합니다. 사실 당시의 장비로 저 무서운 위력을 지닌 고래를 포획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시도이며, 또 실제 그러했기에 에이하브 선장의 몸이 저 꼴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보면 제 성질과 제 다리를 바꾼, 한심한 인간이죠. 

스타벅... 참 이렇게 대가 이종인의 깔끔한 번역으로 다시 읽고 나니, 멜빌이 과연 무슨 의도로 이 캐릭터를 배치했는지 그 진정한 의도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았네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장엄한, 대책 없는 인간 폭군과 지구 최강의 고래가 벌이는 대혈전과 동반 자살(?)...  정신이 먹먹해졌습니다. 고전 명작은 이처럼 강렬한 정신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기 위해 읽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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