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전음악은 기계, 전자 음악이 일상화된 요즘에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예술혼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16분의 위대한 일생과 음악관이 실렸는데, 읽어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의외이기도 합니다. 남긴 예술 작품을 보면(들으면) 너무도 조화롭고 완벽한데,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들 역시 인간이었구나, 허점도 많고 과오도 있었으며 어떤 어리석은 욕망에 의해 움직이다가 제 발등을 찍기도 한 일화가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슈만은 그 감미롭고 달콤한 트로이메라이 같은 곡이 우리에게 너무 유명한데 이 책에 실린 클라라와의 사연을 읽어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슈만의 열혈 팬 중 한 사람으로서 약간은 얼굴이 븕어지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 어쩌면 이처럼 인간적이고 솔직한 정서를 품었기에 그런 명작이 나올 수 있었겠다 싶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서 해당 작곡가와 작품이 더 좋아질지 그 반대가 될지는 사람마다 경우가 다 다를 것 같네요. 리스트의 유명한 연애 행각은 우리 현대인들도 다 아는 바이지만 책에 실린 구체적 사연은 더 충격적입니다. 그만큼 여성들이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 이유도 있겠고, 그의 작품들도 여성들과의 끝없는(?) 교감과 소통을 통해 더욱 컬러가 생생해진 까닭도 있을 것입니다. "비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들은 무수히 많으나, 이 책에 실린 차이콥스키의 죽음을 부른 교향곡 6번의 사연은 독자의 슬픔을 더욱 크게 만드네요. 구스타프 말러도 명곡을 그렇게나 많이 남겼는데 미숙한 여성관 때문에 그렇게나 고생했다니, 아무래도 어떤 위대한 예술 작품은 그 품은 정신의 미묘한 상처에서 발아하고 성장하는 면이 있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