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처럼 여러 중견 작가들의 멋진 단편들을 묶어서 낸 작품집이 많이 출판되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획이 드물어져서 아쉽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 시절보다 작가들의 필력, 사고의 깊이, 문장력 등 모든 면이 다 후퇴한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기도 합니다. 출판사인 금성츨판사는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도 내곤 했었는데 요즘은 뭘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수록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쟁쟁합니다. 이 중 아마 가장 유명한 분들을 꼽자면 현기영, 유홍종, 강유일 씨 등일 텐데, 순전히 지명도만을 기준으로 삼자면 이외수씨도 빠질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이외수씨는 저무렵만 해도 "베스트셀러를 쓰는 기인" 정도 취급이었지 진지한 작가로 대접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듯합니다. 아무튼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비평은 다른 분이 운영하시는 이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madrabbit7&logNo=40039174513 의 한 포스트에 잘 정리되었으니 참조하셔도 좋겠습니다. 제가 따로 첨가할 말이 생각 안 날 정도입니다. 

유익서 작가님은 근황이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이 책에는 <비를 타고 오른 망둥이> 외 두 편이 실렸습니다. 주인공은 시골에서 상경하여 어느 중견기업에 취직한 신입사원인데 키도 작고 주변머리도 없어 보이는 루저 타입입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이 사람을 사윗감으로 찍고 사모님한테까지 열심히 설득합니다. 회사 안에 괜찮고 똑똑한 젊은이들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이 사람일까요? 일단 사윗감이 너무 잘나고 똑똑하면 회사가 결국 남의 집안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고명딸한테는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으니...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겠으며, 구태여 말 안 해도 이무렵 통속물의 뻔한 전개라서 누구나 다 예측이 가능한 내용입니다. 이번 기수 5주차, 또 30주차에 <사계의 후조>, <촌남자> 두 작품을 각각 리뷰했었고, 또 26기 2주차에 <말괄량이 도시>를 리뷰했었는데 모두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 남성이 주인공이며 각자의 방식대로 어떤 출세를 꿈꾸는 게 공통점입니다. 어떤 건 아주 한심한 망상이며, 어떤 건 무모한 당랑의 몸부림입니다. 아무튼 저무렵에는 이런 망상이나 도전이 당시 청춘들의 패턴형 로망이었기에 이런 소설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겠다 싶긴 합니다. 

<비를 타고 오른 망둥이>는 1980년대 MBC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회장님 역에 최불암씨, 사모님 역에 나문희씨, 딸 역에 미스코리아 진 출신 김성희씨가 나옵니다. 김성희씨의 깜짝 놀랄 만한 미모가 눈에 띄며, 나이 어린 식모 역에 (비슷한 또래인) 송옥숙씨가 나와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28주차에 김지연 작가의 <마술의 사랑>을 리뷰했는데 거기서의 커리어 우먼 연기와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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