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만들기 나남신서 942
권이상 / 나남출판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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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는 소설과는 또다른 창작 과정을 거칩니다.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해도 이것을 TV 드라마로 만들 때에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까지 각색되기도 하는데 이는 드라마만의 문법이 따로 있고, 각색 제작 당시의 현장 사정 같은 우연적 요소도 한몫 합니다. 


저자 권이상 PD는 "내 드라마"라는 말로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합니다. TV 앞에 앉아 주전부리를 까먹으며 킬킬거리기도 하고 다른 채널로 무심히 시청 대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적어도 단막극의 제작 과정에 이런 애환이 담겨 있음은 한 번 정도 새겨봐야 할 듯합니다. 


윤흥길 작가님의 작품들은 이미 고교 교과서에도 여러 편이 실릴 만큼 우리 시대의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그 중 1980년대에 창작된 "코파와 비코파"라는 게 있는데 제목만 봐서는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작품을 읽어 보면 약간은 실소가 날 정도입니다. "코를 고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그렇게 나눈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입시는 여러 저명한 대학 교수들이 모여 고사 한달여전에 출제하는데 이때 호텔 같은 곳에 모여 합숙하게 됩니다. 이런 전통은 학력고사 혹은 예비고사 같은, 전국 모든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치는 체제로 개편된 이후로 지속되었으며 아마 몇 십 년도 넘었지 싶습니다. "코파와 비코파"는 바로 이런 상황, 즉 입시 문제 출제를 위해 한 숙소에 모인 교수들이 겪는 여러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윤흥길 작가의평소 스타일답게 해학적이면서 교과서적인 교훈을 담는 식입니다. 원작 소설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작품집은 원작 말고, MBC에 근무하면서 여러 단막극을 연출했던 저자가 "내 드라마"를 만든 과정 등을 토로하는 내용입니다. 저 "코파와 비코파"는 독자인 제 개인적으로는 원작과 시나리오가 딴판으로 달라진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보았습니다. 24기 43주차에 <돛배를 찾아서>를 리뷰했는데 그 작가가 김남씨이며 <수사반장>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그때도 적었습니다. 저 <돛배를 찾아서>는 KBS에서 제작되었고(권이상 PD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코파와 비코파"는 MBC에서 방영되었으며 각색가가 김남씨입니다. 


드라마는 어느 광고회사의 선후배 직원들이 겪는 애환을 묘사했으며 연수 목적으로 지방의 어느 콘도에서 합숙을 하는데 이때 코파와 비코파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연은 송기윤씨인데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 한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와 낙선하기도 한 분입니다. 그 외 박순애씨(현재는 은퇴), 김청, 윤문식, 변희봉, 정성모 등 현재까지도 우리 시청자 눈에 익숙한 탤런트들이 대거 나와 좋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이 외에도 21편의 작품에 대한 회고가 나오며 <애너벨 리를 위하여(유홍종 원작)> 같은 단막극 말고도 <전원일기>에 대한 언급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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