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가장 많이 겪는 회사 소송 33 - 모르고 있다 터지면 회사가 휘청이는 소송 사건을 한 권에 CEO의 서재 37
김민철 지음 / 센시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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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법인 등 큰 회사만 회사가 아니라 작은 회사도 회사이며 그 조직을 경영하는 사람도 엄연히 사장님입니다. 작은 편의점 사장님도 사장인 만큼 그 종업원을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으며 여기서 챙긴다고 함은 종업원을 위해서라기보다 나중에 법적으로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기 위해, 즉 사장인 내 자신을 디펜스하기 위한 목적도 큽니다. 뿐만 아니라 사장은 고객, 인접 주민, 경쟁업자, 협력업자 등과 얼마든지 언제든지 분쟁을 겪을 수도 있고 관청과의 관계도 유연하게 가져야만 합니다. 


이 책 저자분은 한국의 현실에서 사장님들이 겪기 쉬운 문제 33가지를 뽑아 여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법, 혹시 불행한 일이 터졌을 때라면 어떻게 해야 그게 효과적인 대응 방법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자영업 종사자 3천만 시대, 이 책에 나오는 갖가지 사건들은 한국의 현실에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으므로 정말 누구라도 읽어 보고 물적 혹는 심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 보니 별의별 미친 사람들이 다 있을 수 있고 공연히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필요최소한의 수단만 써서 깔끔하게 넘어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1970년대 말에 부가가치세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정말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세무 관련 문제는 많은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며 꼬박꼬박 세금계산서만 발급한다고 다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 함부로 발행하면 안 되는지도 잘 알아 둬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선의로 한 행위라고 해도 관청에서 내 마음을 다 알아 주라는 법은 없습니다. 알아 주기는커녕 잘못하면 큰 덤터기를 쓸 수도 있습니다. p72에 나오듯이 세금계산서를 안 발급하고 거래를 은닉해도 (전형적인) 문제이지만, 거래를 하지도 않은 채 아무데나 발행하면 이는 빼도박도 못한 위법행위가 됩니다. 허위로 계산서를 발급하는 건 대체로는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또, 책에 나오듯이 허위 매입을 장부에 적어 넣으면 이게 비용 증가로 계상되어 법인(소득)세를 줄일 수도 있게 됩니다. 


몇 년 전에 구직자한테 이른바 압박 면접이라는 형태를 통해 함부로 대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잦아서 문제가 된 적 있습니다. 물론 직원이란 회사 일 하면서 외부의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해야 하므로 터프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구직자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사항을, 특히 여성 직원에게 물어 본다든가 하는 건 경우에 따라 모욕죄나 성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 채용취소도 사장 마음대로 언제나 가능한 건 아니라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할 경우에는 근거를 잘 갖춰서 통고해야 한다고 책에서는 가르쳐 줍니다. 


직원이 경쟁사로 취업했을 때가 사장 입장에서는 난감합니다. "기껏 일 가르쳐서 키워 놓았더니..." 저자는 이것 관련해서 재미있는 표현을 쓰는데 (폭력 조직과는 달리)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가 아니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p119)"인 곳이 바로 회사라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는 "전직(轉職)금지약정"을 따로 두어, 회사에서 미리 받아 두는 편이 좋고 많은 경우 근로계약서에 포함시키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건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도 잘 살펴서 자신이 지금 어떤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하는 건지 미리 알 필요가 있겠죠. 어디 근로계약서뿐이겠습니까. 책에서는 정수기 업체와 엔지니어들이 벌인 소송사례도 소개하는데, 업체에서는 이들을 외부용역으로 간주했으나 법원은 직원으로 보고 퇴직금 지급을 명한 바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근로자성(性)"의 판정이 무척 중요하다고 하는데(이 사람이 과연 근로자냐[혹은 누구 밑의 근로자냐], 아니면 사장이라고 봐야 하나), 특히 실무에서는 불법파견 같은 게 매우 자주 문젝제가 된다고 하네요. 


요즘은 건설 현장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큰 플랭카드를 걸어 놓고 뭔가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 듯한 인상을 주는 곳이 많죠. 대부분은 공사업체가 그 대금을 못 받아서 공사를 중단하고 자재 등의 반출을 막거나 기타 토지에 이런저런 목적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저렇게 하는 건데 이 경우 자신이 소유권을 가진 건 또 아니므로 그냥 막고만 있어야지 자신이 해당 건물(공사 도중이건 완료가 되었건 간에)을 직접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합니다. 도급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한국공정거래원 산하 건설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불법성이 심각하거나 명백하다고 여기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p181에는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 하늘과 땅이 안다"는 이른바 사지(四知)의 고사가 나옵니다. 도덕적으로 떳떳해야 함을 강조하는 고사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비밀의 유지라는 게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담합이라는 건 당사자끼리만의 합의라서 외부에 잘 안드러날 것 같아도 경제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바와 같이 사실은 지켜질 유인보다 깨어질 요인이 훨씬 크며, 범죄자나 깡패만큼 입이 싼 무리가 또 없기에 이런 자들에게 비닉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선택은 없습니다. 새어나갈 걸 기대하고 의도적으로 흘린다면 또 모르지만 말입니다. 저자께서는 이미 기수가 된 담합은 그나마 자진신고를 하는 게 당국에서 리니언시를 베풀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분들의 가르침(?) 때문에 ㅎㅎ 범죄자들의 이익이 흩어지기 쉬운 거죠. 도처에 합의를 깰 인센티브가 존재합니다. 


계약은 지키라고 계약이며("pacta sunt servanda") 계약을 혹 어기는 쪽은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게 상식이고 순리이니 달게 책임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또 않습니다. 가능하면 내 책임을 좀 줄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일단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이런저런 면책조항을 만들어 두는 게 중요하며 배상액 상한을 설정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다고 책에서 가르쳐 줍니다(p207). 또 상대방의 잘못을 날카롭게 찾아내는 노력도 해야 한다네요. 상법에서는 하자 있는 물건을 매수했을 경우 6개월 내 매도인에게 통지해야 한다지만 혹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미리 그 기간을 연장한다는 취지를 계약에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헙니다. 해당 상법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간 특약이 낄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관청으로부터 어떤 날벼락 같은 처분을 받았을 때 이건 숙명이라면서 그냥 받아들일 게 아니라 가능하면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써 봐야 합니다. p176에는 "해당 분야에 오랜 동안 활동한 전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게 좋다"는 말이 나오는데 괜히 네O버 같은 데서 정보 찾는다고 힘 뺄 게 아니라 믿을 만한 변호사를 빨리 찾는 게 시간 낭비 정력 낭비를 막는 길이겠습니다. 말하자면 이 책 저자 같은 분이겠습니다. 사건 잘 보고 융통성 있게 돌파구를 잘 찾아내는 변호사는 언제나 따로 있죠. 책에서는 "부당 결부 금지 원칙" 같은 걸 혹시 관청이 위배하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보라고 합니다. 사실 관청이라고 해도 허술하게 일 처리하는 이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마냥 수동적으로 당하고 있을 건 아닙니다. 


책 후반부에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회사에서 있을 수 있는 분쟁들에 대한 대처법이 나옵니다. 스톡옵션을 부여했다고 해서 그대로 끝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니며 이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p284). 또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법도 있는데 이런 걸 처음 들어 보는 사장님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회는 그 제도를 오랜 동안 발전시켜 왔으므로 어떤 제도가 나를 가로막는다 싶으면 이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방법도 같이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또 어떤 궁지이건 이를 모면할 방법도 노력하기에 따라, 또 지혜를 발휘하기에 따라 극복이 가능해지는 법입니다. 나의 지혜와 지식에 한계가 있으면 다른 이의 힘도 빌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만 이를 돌파할 수 있기 마련이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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