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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島万次, 임진왜란연구의 재조명
기타지마 만지 지음, 김문자.손승철 엮음 / 경인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북도만차가 무슨 뜻일까 하는 분도 있을 텐데 이 책 저자 이름을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으면 그런 발음이니까 너무 고개를 갸웃할 건 없습니다. "북해도"를 기타규슈라고 하고, 섬 도를 "시마" 등으로 읽지 않습니까.
저 히데요시라는 자는 과연 조선을 손에 넣고 명나라까지 치고 들어갈 생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전국 시대의 종식 후 이른바 내부 모순의 해결 방책으로 그리 과장된 제스처를 취한 것일까요? 아마 둘 다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본래 출신이 미천한 자가 한번 벼락출세를 하고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어 폭주했을 수도 있고, 그 기세등등한 무사와 영주들의 혈기를 (부족한 권위로) 미봉했으니 언젠가는 한 번 터질 것을 꾹꾹 눌러담은 것일 수도 있겠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일본인 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秀吉의 격노와 明皇帝의 진노" 그런데 독재자들은 왜 이렇게 화를 자주 내는 걸까요? 하긴 꼴에 군주라고 이 시기 조선의 선조도 걸핏하면 화를 내었으니 말입니다. 명황제는 자신이 다스리던 나라에서 재상이나 기타 세력가, 환관, 심지어 일반 백성들이 자신의 뜻대로만 다스려지지 않는 게 무척 못마땅했습니다. 그런 판에 난데없이 반도에서 사달이 난 걸 두고 "오래 지켜 온 평화가 깨어진 것"에 대해 당황해했다기보다, 오히려 음, 이번에 내 식대로 한번 포부를 펼쳐 볼까? 같은 마음을 먹었는지 의외로 빠른 결단을 내려 파병을 했습니다.
이 전쟁은 이처럼 양측 최고 책임자들이 "격노"해가며(왜 그랬는지는 후대인의 눈으로 볼 때 황당할 뿐입니다. 뭣때문에 지들이 화를 냄?) 이끌어가려 했지만, 객지에서 개죽음하기 싫었던 양측 군의 지휘관들에 의해 그냥저냥 매조지되었던 전쟁이기도 합니다. 벽제관과 평양에서 세게 부딛힌 후로는, 두 쪽 장군들 모두 "왜 싸워야 하는지, 뭐하러 만만치 않은 상대와 내가 싸우다 다쳐야 하는지"에 대해 큰 회의를 품고 때로는 자신의 군주를 속여 가며 여튼 정전으로 치달았습니다. 1차 대전 당시에도 장군들이 먼저 "전쟁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며 크게 후회했다고도 합니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왜 무리수를 두며 애꿎은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지 먼저 고민을 해 봐야 그게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