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한국문학대표작선집 4
채만식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레디메이드 인생> 등으로 유명한 작가 채만식의 대표 장편입니다. 아마 이 장편은 "애송이에게 길 한복판에서 봉욕을 당하는 정 주사(主事)" 장면으로 중고교 교과서에 단골로 실리므로 그 대목 덕분에라도 꽤 유명할 것입니다. 


저도 이 작품을 완독한 건 고교생 시절이었는데 그 충격이 꽤 컸습니다. 중간중간에 거의 자연주의적 묘사라 할 만한 게 많고, 설정도 반윤리적인(물론 풍자와 비판의 의도이지만) 게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죠. 여튼 이 <탁류>는 그 서두가 매우 유려하기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일류 문장가의 작품은 역시 서두가 빼어나야 합니다. 


현재 이 책은 절판이며, 이 책 말고도 <탁류>가 워낙 중고생 필독서로 자주 선정되다 보니 시중에 나온 책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문학사상사도 아마 이 책을 처음 낼 때는 그런 수요를 노린 바가 있을 것입니다. 이 출판사는 물론 유구한 전통의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바로 그곳입니다(최근에 큰 잡음이 있기는 했으나).


갈재와 지리산 두 산의 산협 물을 받아 가지고 장수로 진안으로 무주로 이렇게 역류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다... 아주 유명한 문장이며, 지세를 이렇게 해석하는 게 또한 이중환의 <택리지>라든가 옛 문헌에 단골로 나오기도 합니다. 


시대상도 잘 반영되는 게 무대 군산에는 XX은행 지점도 있고, 제법 상거래가 근대적으로 발달된 상황이라는 게 충분히 암시가 됩니다.  또 이어 정주사의 부인 유씨가 자녀 공부에 열심이라는 문장도 있는데 한국은 고려, 조선 시대부터 교육열이 대단한 문화였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정주사가 반 도박으로 미두를 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서인데 요즘 같으면 선물(先物. future)인 셈입니다. 


이 책과 쌍으로 제가 소장 중인 게 염상섭의 <삼대>(같은 출판사)입니다. 이 장편 역시 성인이 되고 나서 읽으니 학생 때에는 짐작이 안 되던 사정이 눈에 다 보여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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