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는 바람 / 연 외 김원일 소설전집 26
김원일 지음 / 강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1980~90년대 한국 문단의 거장 김원일 작가의 전집 중 스물여섯번째 책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으나 여튼 김원일 작가 전집은 이 시리즈가 결정판이라 할 만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심아진 작가님의 최신 작품집 <신의 한 수>도 최근(2022. 4) 이 출판사에서 나오기도 해서 더 눈길이 가기도 하네요. <무관심 연습>은 2년 전인 2020년 8월 책좋사 이벤트를 통해 카페의 독자들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연(鳶)>입니다. "연"은 뭐 명절에 하늘에 날리는 그 연이고... 이 작품은 현재 고교 교과서에도 실려서 수능 대비로도 널리 읽힌다고 합니다. 김원일의 "연"이라고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관련 컨텐츠가 무척 많다는 걸 알고 새삼 놀랐네요. 사실 이 책 제목에도 "연(鳶)"이 "오늘 부는 바람"과 함께 두 표제작으로 이미 나와 있습니다. 


주인공은 중년 사내인데 아내도 있고 자식도 아들 딸 둘이나 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연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만 집착합니다. 25기 8주차에 최일남의 <흐르는 북> 중 중편 "마(馬)"를 리뷰했는데 여기도 역마살이 들려 평생을 떠돌아다니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서는 주인공은 그냥 불량기, 사기꾼 기질만 가득한 준(準) 범죄체질형 인간이었으나 지금 김원일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성실하고 장인정신 가득한 사람됨이고 단지 과거의 상처에 시달리는 그저 사회 부적응자일 뿐입니다. 25기 8주차 당시 잠OOO님이 한 말씀 해 주셨더랬는데 지금 이 작품도 (위에 쓴 것처럼) 수능 대비로 알아 둬야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영감님, 고향에 가시려는데 돈이 없다고요? 이걸로 표를 사십시오."


버스터미널에서 전전긍긍하는 한 노인을 보고 주인공은 선뜻 돈을 건네는데 행동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본인도 당장 돈이 궁해 근거지에 돌아가지 못하는(아마 염치가 없어서 못 돌아가는) 처지인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노인은 같은 장소에서 주인공의 아내를 만나 적절한 도움을 줍니다. 아마 노인은 주인공의 부친과도 아는 사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보이디?" "지팡이를 짚고 오셨어요." 나중에 알아 보니 기력이 없고 몸에 이미 골병이 들어 운신을 제대로 못 하는 판입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에 대해 잠시 타박을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아내의 마음씀이 지극하며, 아직은 어린 아들딸도 아빠를 무척이나 따릅니다. 고달프나마 그 인생을 산 최소한의 보람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KBS에서 단막극으로 1980년대에 제작, 방영된 적 있습니다. <태조왕건>의 견훤 책사 최승우 역, 또 <무인시대>에서 괴승 두두을 역으로 잘 알려진 전무송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이 배우에 대해서는 두 달 전 10주차 리뷰에서 잠시 언급한 적 있습니다. 또 24기 39주차에 소설가 김문수씨의 "끈"에 대해 리뷰했었는데 여기서도 목돈을 사기당한 어느 주부의 남편이자 작가, 잡지사 기자인 주인공 역으로 나왔었습니다. 이 무렵 단막극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한데 다음주에는 시나리오 작가 노경식의 작품 <하늘만큼 먼 나라>의 KBS판 단막극에서 또 비슷한 역으로 나오는 그에 대해 짧게 분석(?)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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