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범우문고 277
백시종 지음 / 범우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백시종 씨는 장편 <돈황제>로 1990년대초 큰 화제가 되었던 문제적 작가입니다. 저 책은 몇 년 전 어느 출판사에서 다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배경은 어느 어촌이며 연근해로 출항하여 어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주인공은 아주 낡은 어선을 한 척 보유했을 뿐이지만 때를 잘 만나 만선이 되기라도 하면 그럭저럭 재미를 보는데... 이분에게는 갓 만기출소를 한 (잘생긴?) 아들이 하나 있지만 마을에 알려지지 않게 감추고 다녀야 합니다. 


이 아들이 술집에 들러 우연히 눈이 맞은 작부 하나를 섬 밖으로 탈출시키는데, 술집 여주인은 첫눈에 알아보길 아 서울에 가서 일한다고 하더니 자리를 잡긴커녕 고생만 직사게 하다 돌아왔구나 짐작하는데 정확합니다. 대신 더 중요한 다른 변이 이미 터졌다는 건 아직 깜깜합니다. 


작부는 본래 서울 사람이었는데 고교생 때 빚을 지고 이곳까지 팔려온 것입니다. 그냥 술만 따르면 불만이 없겠는데 춤을 춰 봐라, 그냥 추는 것도 안되고 특정 자세를 취해 보라는 등 가관입니다. 이 무렵 서울 모 룸살롱에서는 실제로 어떤 접객원이 벌주를 마시다가 현장에서 사망한 일이 터져 큰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루 사이에 참 많은 일이 터지기도 하는데 출소한 걸 알고 대처에서 깡패들이 찾아와서는 다시 범죄에 합류할 것을 권합니다. 그러나 이미 호된 대가를 치른 저 아들은 다시는 그 세계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버티며 이에 화가 난 깡패들은 아들을 몹시 구타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누가 경찰에 신고하며, 비록 전과가 있었지만 워낙에 일방적으로 당한 폭행이라서 혐의 없이 무사히 풀려납니다. 


마을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젊은이는 부모가 모두 나병환자라서 출생 직후 그 부모로부터 격리된 안타까운 과거기 있습니다. 행여 이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혼삿길도 막힐 판이라 그저 쉬쉬하고 다니는데, 그 사정이 아니라 해도 경제적 형편이 딱해서 쉽게 배우자를 찾을 수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출어를 나갔는데 배가 너무 낡았던 것이 기어이 큰일로 번지고 맙니다. 제목대로 "망망대해"까지는 아니지만 한반도 연근해, 특히 황해와 남해라면 잔잔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 무렵 용어를 반영해서 황해 먼 곳을 지칭할 때 "동지나해"라는 게 눈에 띄기도 합니다. 


여튼 엔진은 고장나서 배는 오갈데 없는 신세라 조류를 따라 중국으로 흘러갈 판입니다. 이때 중국은 아직 적성국가, 미수교국이라서 "중공"이라 불릴 때이며 어부들은 공산국가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며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태풍경보까지 발령되며, 간신히 지나가는 배를 발견하며 구조를 요청하지만 상대는 큰 돈을 요구합니다. 해난구조법이 허용하는 최소 한도까지만 도와 주겠다는 건데 선주(주인공)은 그렇게 큰 돈을 사례하면 파산한다며 강력 반대하지만 피용인들이 이런 낡은 배로 사기를 치고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지라며 사례 요구를 수락하라고 강요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걱정하던 통에 배는 드디어 귀항하지만 한 사람은 행방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 어촌에서 빚어진 소탐대실의 비극을 압축적으로 다뤘으며, 다른 판본은 현재 다 없어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범우문고판으로 이렇게 전해지는 점도 독자의 추억을 상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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