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드라마 <셜록>의 코믹스 버전입니다. 의외로 한국에도 어떤 외국 컨텐츠가 큰 히트를 치고 나면 이를 만화 버전으로 그대로 옮기는 미디어믹스가 꽤 오랜 역사를 가졌습니다만 이 책은 2017년에 초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이 책으로 다른 포맷을 통한 복기(?)를 즐길 수도 있겠습니다.


드라마 <핑크 색의 연구>는 스칼렛이란 단어가 핑크로 바뀐 게 특이하죠. 이뿐 아니라 여러 패러디가 이뤄졌는데 처음에 발견된 시신 근처에 Rache...라는 글자가 적혀 있자, 필립 앤더슨이 "그 단어는 독일어로 복수라는 뜻으로서..."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려 하죠. 이때 셜록이 말을 막고 "그냥 여자 이름 Rachel임!"을 외쳐 시청자를 폭소케 하는데, 도일 경 원작에는 정반대로 대사가 배치되어 있어 홈즈의 박학다식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저는 "왜 전치사가, of가 아니라 in일까?"하는 점을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 눈에 띄지 않으나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건 이 에피소드뿐 아니라 한참 후의 시즌 3의 2화에도 설정이 비슷하게 이뤄집니다. 다만 저는 1화에서, 어떻게 해서 범인은 셜록 같은 이와 지능 게임을 펼칠 생각을 감히 먹었는지, 또 그 특유의 지성은 어떻게 유래했는지가 명확히 해명이 안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가 정말 스타이리시하게 찍혔고,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인물들도 참 각각 적소에 배치되어 자신만의 매력을 대체불가능으로 만든 그 연출의 힘에 주로 기대었을 뿐 플롯은 의외로 허점이 많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지금 든 생각이고, 본방 당시에는 완전히 홀린 채로 봤더랬습니다. 


끝까지 불만인 건 살인 트릭이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해명이 안 된 채 끝난다는 거죠. 저는 2015년에 책좋사에서 윌리엄 골드먼의 해학 소설 <프린세스 브라이드> 서평단에 뽑혀서 해당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남겼는데, 당연히 <셜록> 드라마가 나오기 훨씬 전에 쓰여진 이 소설에도 그 트릭이 나옵니다. 설화에 등장하는 아주 오랜 화소이죠. 이걸 드라마에서 직접 언급했다간 아마 매력이 떨어질 것 같아 드라마 제작진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 듯합니다. 


장편 원작 <4인의 서명>에 등장하는, 왓슨이 아프간 군 복무 경력을 언급한다거나 그때의 스릴이 충족 안 되어 다리를 전다거나 하는 내용이 이 에피소드에서 오마주됩니다. 생각할수록 도일 경 원작이 담은 내용과 함의의 폭과 영향이 참 컸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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