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계 - 1980년 제4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유재용 외 / 문학사상사 / 198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연도에는 중견작가 유재용씨가 <관계>라는 단편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유재용 작가 외에도 거의 매년 후보에 오르다시피했으나 한 번도 본상을 타지 못한 전상국 씨의 <우상의 눈물>도 실렸고, 제가 25기 11주차에 리뷰한 책에도 저 작품(<우상의 눈물>)이 역시 수록되어 있습니다. 명작이니만치 사실 어느 선집 포맷에서 만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오정희 씨의 <어둠의 집>이란 작품도 있습니다. 오정희 씨는 요 바로 전해였던 1979년에 이 상을 탄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다음 해인 1981년에는 드디어 박완서 씨가 <엄마의 말뚝 2>로 상을 타는데 그 1981년 수상작품집이 이 책 포함하여 앞에 나왔던 네 권의 책 어느 것보다도 두껍습니다. 그 책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리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무렵 서서히 인기 작가로 부상하던 이문열 씨의 <그 겨울>이란 작품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재미있게 본 작품은 김원일 작가의 <모자>입니다. "모자"는 cap(帽子)이 아니라 母子, 즉 "어머니와 아들"이란 뜻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술집 작부 출신의 어떤 아주머니(주인공)는 한 남자와의 연분 끝에 아이 하나를 낳아 혹처럼 달고 다니는데 아이는 그 와중에 별로 비뚤어지지도 않고 저런 것도 엄마랍시고 고분고분히 따르면서 착하게 구는 편입니다.
주인공 작부는 술과 몸을 팔며 사는 생할에 넌덜머리가 났고, 그러던 중 어느 트럭 기사와 눈이 맞습니다. 이 트럭 기사는 험한 일을 하며 많이 늙은 모습이지만 모아 둔 돈도 있고, 여자는 자신도 나이가 들 만큼 든 데다 이 이상 좋은 자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기에 아이를 어디다 치우고 재혼할 꿈에 부풉니다.
예전에 여자는 어느 노인을 잠시 수발한 적이 있는데, 잠시 맡긴 후에 데려가겠다며 노인을 구슬러 놓고 아들을 갖다버릴 작정입니다. 막상 노인을 찾고 보니 그는 이미 반신불수 신세, 일이 꼬였지만 기왕 예까지 발걸음한 것 그냥 아들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25기 10주차에 리뷰한 책 중 양인자의 <동그라미>에도 이처럼 아이를 버리고 떠난다는 클리셰가 잠시 엿보이는 것 같았다고(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언급한 적 있습니다.
노인의 집에 다녀가기 전 여자는 먼저 고아원에다 아이를 맡길 생각이었는데 고아원 측에서 무슨 서류를 떼오르나니 뭐니 하며 까다롭게 굴자 포기하고 담당자에게 욕을 퍼부은 후 떠납니다. 여자는 마치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닌 척 말을 꾸미기도 하는데 이런 걸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하류층의 쓰레기 같은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죠. 인간으로서의 최소 양심도 없이, 그저 꾸며낸 피해의식이 그 모든 행동의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결말은 다소 의외로 진행됩니다. 그 결말은 이 리뷰에서는 생략하고... 작가 김원일은 이때로부터 11년 후에 이상문학상 본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김원일 씨의 이런저런 작품도 1980년대에 발간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들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