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식의 힘 - 경제를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나의 경쟁력 파워 시리즈 3
박유연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돈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돈을 거머쥐려는 사람이 정직하지 못할 뿐이죠. 신문 기사를 읽거나 각 분야 전문가라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경제 분야의 아티클이나 스페셜리스트들이 그나마 가장 현실에 입각한 말들을 하고 있음을 요즘 절감합니다. 물론 교묘히 검은 속내를 감추거나, 노골적으로 스폰서의 주장을 전달하는 사기꾼들도 많습니다만, 이런 말들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지혜를 발휘하여 걸러내면 그만입니다. 그나마 측정이 객관적이고 결과가 명확히 나오며 취향, 관점의 지배를 덜 받는 영역이 돈의 스피어이며 경제의 분야입니다. 


이 책을 보니 당시 키코 사태가 어지간히 시끄러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옵티머스와 라임이 문제지만 말입니다. 이 무렵에는 사람들이 "펀드"에 대해 과도한 환상을 아직 가질 무렵이고, "펀드 매니저"란 직업이 실상에 비해 지나치게 미화될 시절입니다. 지금은 뭐 일반인들이 금융 분야 종사자들보다 더 똑똑하게 구니 어설픈 미사여구가 통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경제적 지대"라고 할 때 지대는 地代를 뜻합니다. 그럼 토지 이용의 대가(代價)만 가리키냐면 그런 건 아니고, 공급이 비탄력적이거나 희소한 까닭에 더 받게 되는 수입을 가리키죠. 영어에서 rent라고 하면 (그 어원을 제외하고는) 딱히 "땅"이란 뉘앙스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는 초창기 경제학 용어 번역의 여러 아쉬웠던 사정에 기인합니다. 


"32. 보험사와 고객 간의 팽팽한 줄타기 - 도덕적 해이"와 "05. 월가 CEO들은 왜 고액연봉을 받고 기업을 도산시켰나 - 주인 대리인의 문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슈들이며 실제 내용을 읽어 봐도 많이 닮았는데 책에서는 멀리 떨어져 배치되었네요. "21. 영화 <괴물>은 어떻게 1,300만 명의 관객을 집어삼켰나 - 영화 마케팅 전략"은 아무리 소프트한 지향성을 가져도 구태여 경제학 책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됩니다. 이 무렵만 해도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출세할 거라고는 저자 포함 다들 예상치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4. 통화 스와프로 잠시 안도 - 스와프"를 다시 살펴 보면 국가 간 신뢰가 확실히 전제되지 않고는 이런 협정이 맺어지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 한 국가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십상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스와프 협정 실행의 실익이 없지 않겠습니까(두 국가 다 고생한다는 뜻이므로). 한편으로 일본과의 스와프 협정은 이제 분위기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네요.


"47. 독점기업이 손가락질 받는 이유 - 독점의 폐해, 자중손실" 에서 유익한 지적이 물론 많으나 독점기업이란 이처럼 도덕적 잣대로 잴 이슈는 아닙니다. "자연적 독점"의 경우도 있겠고 말이죠. 한편 이 책이 나오기 수 년 전,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로 인식되던 화물차 운송업자들이 파업을 벌였는데 이 책에서는 "55. 화물연대 파업은 진짜 파업일까? - 무임승차"로 다룹니다. 이 사건과 무임승차 토픽을 연결시킨다는 게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쓰여진 책이 항상 유용,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말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제 지도교수님께 들었는데 이런 책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 어떤 책에서건 독자는 종전에 모르던 바를 몇이라도 건질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애 쓰는 저자들이 줄 서서 책을 쓰는 요즘 같은 세상에, 또 거의 전 국민이 주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경제 지식 면에서 남들보다 뒤떨어지면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겠다는 생각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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