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모든 사물은 어떤 결과를 낳아야 할 때가 따로 있는 듯합니다. 때가 되었는데도 그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건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떨어져야 할 때가 넘은 사과"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다든가 말입니다.
리안 모리아티 작가님의 소설은 여태 계속 마시멜로(한경)에서 김소정 번역가님의 솜씨로만 접한 것 같습니다. 원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커져버린...>은 원서로도 따로 읽어 봤는데 역시나 싶었습니다. 이번 이 작품도 일단 받아보고 나서 그 엄청난 두께에 놀랐는데 모리아티 여사의 작품은 일단 단행본들도 이렇게 다 두꺼운 편이기도 합니다.
<켜져버린...>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모리아티 여사의 작품들은 그 뼈대가 되는 줄거리가 일단 재미있으면서도, 곁가지로 소소하게 퍼지는 이야기들도 재미있으며, 개성 강한(성격도 보통 아닐 것 같은)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전작들이 그렇게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에 못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또 히트 치게끔 빚어내려면 그 부담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데도 매번 이렇게 이야기가 밀도 있으며서도 디테일도 다 살아 있고, 그런가하면 본연의 이야기도 묵직합니다. 두께 이야기를 괜히 꺼내게 되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 이 신작은 전혀 새로운 세계관에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펼치는 스토리입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바가 따로 있기도 하고, 또 누구나 남들의 선망을 받는 인생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런 꿈을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인생은 또 극소수입니다. 꿈을 현실에서 이뤘다고 해도 이에 만족하거나 행복해하는지 여부는 또 별개입니다. 조이와 스탠은 사실 특별한 노력을 통했다기보다 나면서부터 유전자의 힘으로 모든 걸 거의 거저 얻은 케이스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노력도 할 만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역시 타고난 축복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조이 쪽이, 스탠보다 더 멋진 면과 유리한 점들을 타고난 것 아닐까 싶었지만 둘 다 뭐 막상막하라고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잘난 분들이 결합을 이루면, 주변에서는 아 그 2세가 얼마나 또 멋진 아이들이 태어나겠으며 인생에서 얼마나 멋진 성취를 이룰까 기대하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또 지독하게 큰 화젯거리가 됩니다. 이 커플은 금슬이 좋았는지 아이가 넷이나 되며 다 멋지게 성장도 했지만 주위의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듯도 합니다. 현실에서 사실 가장 높은 빈도로 볼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던 가정에 어느날 평지풍파가 일어나니.... 어떤 낯선 사람(사실은 아닌)이 아무 문제 없던(그렇게 보이던) 가정에 느닷없이 찾아온다. 다음 갑자기 실종되거나 죽거나 한다, 이런 전개 자체는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보던 것이긴 합니다. 그런데 모리아티의 이 작품에서는 완전히 예상 밖의 사태가 펼쳐집니다. "와 이런 말도 안 되는..." 예상을 벗어난다는 건 그만큼 당하면서도 뭔가 통쾌한 체험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면 자녀의 수가 꼭 넷이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