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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투타의 전설 - 投打 BestT of Best
배정섭 지음, 하일 감수 / 새로운사람들 / 2010년 7월
평점 :
이 책에는 한국프로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급 선수들에 대한 재미있는 서술이 실려 있습니다. 1장은 명타자들, 2장은 투수들, 3장은 앞 챕터와 일부 중복이 있기는 하나 라이벌들에 대한 회고, 4장은 팀별 라이벌 구도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담습니다. 구성도 야구팬이면 공감할 수 있게 재미있게 짜였습니다.
경기 수도 적고 야구 수준이 낮았다고는 하나 여튼 한 시즌 내내 타율을 4할, 정확하게는 4할 1푼대를 유지했다는 건 경이적인 기록입니다. 경기 수가 늘고 나서는 LG의 노찬엽, 4년 뒤 이종범, 몇 년 전 서건창 등이 이 놀라운 기록에 일시나마 접근한 적 있습니다. 물론 이 기록의 주인공은 백인천씨인데 현재는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고 들었습니다.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장효조 선수는 몇 년 전 비운의 죽음을 맞기도 해서 더욱 깊이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았습니다. 이분은 커리어 내내 통산 타율 .331을 기록했는데 어찌보면 한국야구사에 이쪽이 더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준혁의 기록은 (역시 레전드 중 하나로 남을) 박용택에 의해 몇 개가 깨어지기도 했으니 더욱 그렇죠.
장종훈은 이 책에서 특히 1991년, 92년의 모습을 다뤘는데 연습생 신화를 일군 인물이라 더욱 뜻깊습니다. 이 무렵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에는 투수 한용덕이 또 연습생 출신으로서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한용덕은 작년까지 이글스의 감독을 지냈고 가을야구도 한 번 한 적 있습니다.
장명부는 최초로 30승을 거두었는데 이 기록은 깨어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시 나와서도 안 될 만한, 끔찍한 혹사의 산물입니다. 장명부 선수는 말년이 매우 쓸쓸했는데 순진하게 야구 하나밖에 모르던 사람을 주변에서 너무 부당하게 대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이벌 구도로는 최동원 v 선동열이 가장 유명하겠으나 사실 부당한 비교입니다. 예전 프로그램 중 어느 분이 "선 선수는 연투 능력면에서는 최동원에 뒤떨어지고..." 같은 멘트를 하는 걸 봤는데 사실 연투능력이란 현대 야구에서 더 이상 높이 평가되어서는 곤란한 면도 있고, 이 점에서 최동원 선수는 불운한 편입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기록 관리는 또 못 받았기 때문이죠. 참고로 저 멘트는 선동렬 선수가 아직 커리어 초기였을 때 나왔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겠습니다. 최동원의 연투 능력은 사실 불가사의한 초인적 성격마저 있습니다. 선동렬은 선동렬대로 완성형 투수이며 그만큼 리그를 모든 면에서 지배하는 투수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 서울 두 팀의 라이벌 구도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김상진 v 이상훈의 이야기도 흥미롭겠습니다. 최고 승률 통합우승은 1985년 삼성의 업적이며, 1987년에는 우승은 못했으나 이 팀은 박영길 감독 하에서 팀타율 3할을 기록도 했습니다. 책에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무장한 1999년 한화 이글스"란 글이 있고 실제로 이해 우승도 했었으나, 오리지널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1991~92년이었다고 봐야겠습니다. 단 저때는 모기업이 한화가 아닌 빙그레였지요(?).
"최초로 준PO-PO-한국시리즈를 석권한 1992년 롯데 자이언츠"란 글이 있는데 그 이전 1990년에 삼성이 4위부터 시작해서 한국시리즈까지 간 적 있습니다. 우승은 못했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가전 라이벌이었던 LG와의 대결에서 무기력하게 지자 이건희 구단주가 정동진 감독을 해임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정 감독도 지도자로서 참 운이 안 따른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