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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산책 - 아빠와 함께하는 ㅣ 대디헬프미 3
이헌재 지음 / 엠에스디미디어(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현장에서 실제 사람을 만나고 사실을 목도해 온 취재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비교적 젊은 세대인 기자분이기는 하나 이 책은 2006년에 저술되었으니 현재까지 많이 바뀐 사정과 다소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야구의 종주국은 영국일까요 아님 미국일까요? 많은 이들이 상식으로 "야구가 크리켓으로부터 발전되었음"을 알고 있으나, 연구자에 따라서는 두 스포츠의 기본 원리가 서로 큰 차이가 남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크리켓과 야구가 의외로 잘 안 통한다고 여기며, 실제로 인도 같은 데서 야구가 전혀 인기 없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방증이 됩니다. 야구는 "아메리칸 패스타임"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저 미국의 스포츠이며, "야구는 야구일 뿐"이지 않나 생각하네요.
예전에 신인 김기태가 갓 데뷔했을 때 쌍방울 레이더스 구단 관계자가 구태여 빙그레 이글스(당시 명칭) 프런트에 대고 "모든 면에서 우리 기태가 유리하다"고 자랑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도 "야구를 왜 왼손잡이를 위한 스포츠라고 하나요"라는 꼭지가 한 챕터를 이룹니다. 그런데 당사자 김기태는 당시 "종훈이 형은 신이에요"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김기태씨는 이후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상당히 키웠고 현재는 일본에 있는데, 장종훈은 기어이 코치에서 저렇게 머물고 마는 건지 아쉬움도 듭니다.
"야구에는 축구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인 대회가 없나요?" 이 질문은, 이 책이 출간된 시점과 현재 사이에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기에 내용이 꽤 바뀌어야 할 듯합니다. 우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초대 WBC 대회에서 일본을 여러 차례 이기는 등 선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5 프리미어 12에서 적진 한복판인 도쿄를 무대로 일본을 꺾는 등 쾌거를 이뤘습니다. 당시 물론 대곡상평을 상대로는 졸전했지만 투수 교체 후 결국 이기긴 했으니 말입니다. 21기 48주차 리뷰에서 잠시 말한 것처럼 1982년에는 서울에서 세계 야구 선수권을 차지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런 국제대회 성과가 있었기에 야구가 아직까지도 국내 최고 스포츠의 위상인 겁니다. 반면 2019년에는 프리미어 12에서 결국 일본에 패퇴했는데 이런 식이면 KBO리그의 미래가 어두울 겁니다.
"베이브 루스 아저씨의 홈런 기록을 깬 선수는 누구였는지 궁금해요"에 대한 답은 행크 애론이며, 이분은 1982년에 한국을 찾기도 했습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이끌고 MBC 청룡, OB 베어스(모두 그 당시 명칭), 삼성 라이온스 등과 친선경기도 가졌었죠.
"타구를 얼마나 멀리 쳐야 홈런이 되나요"에 대한 답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의 용병이었던 숀 헤어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2020) 한국시리즈에서는 NC 양의지의 타구가 고척 돔 천장을 맞히는 통에 비디오 판정이 있기도 했는데 그새 세상이 많이 바뀐 만큼 이런 로컬 룰 디테일까지 내용 보강을 하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