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뒤바뀐 사회." 이런 곳에서라면, 자신이 원래 소속된 사회에서 받곤 하던 차별, 무시, 천대 등을 완전히 극복하고 새로운 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은 그저 물리적으로 생존만 가능하면 그에 만족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며, 어느 정도의 자긍과 존중이 외부로부터 표현되어야 정상적으로 제 생명을 영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할렘은 처음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군집을 짓고 살아가는 동네입니다. 이를 주제로 삼은 영화나 문학 작품이 하도 많아서, 이곳에 가보지조차 못한 우리들도 이미 몇 년을 살아 본듯 이런저런 풍습이나 단편적 인상에 익숙합니다(이들 중 대부분은 편견이거나 오해입니다만). 이런 동네에서조차 주인공 브랜든은 동료나 이웃으로부터 원하는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으나, 별반 희망이 안 보이는 여건에서 온갖 망상을 다 해 보아도 바깥 세상인들 자신에게 온당한 환대를 해 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브랜든이 집착하는 건 어쩌면 현실 도피의 매개체들뿐인 것 같습니다. 엄마가 저토록 잔소리를 해 대는 것도, 어쩌면 자꾸 현실 부적응의 길만 골라 가려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큰 이유 같습니다. 


"차원의 문"이란 모티브는 H G 웰즈의 <The Wall>이란 단편에서도 나온 적 있습니다. 물론 이 웹툰에서처럼 광범위하게 차이가 나는 별천지로의 이동은 아니며, d몬 작가님의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 빛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애써서 다른 세계로 이동했는데 여기서도 올미어라는 기계 괴물을 만나 또다시 "사람 기준에 미달한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브랜든이 원래 속한 세계였다면 오히려 자신보다도 낮은 지위에 머물렀을 그에게 이런 모욕적인 평가를 듣고 난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짐작되죠. 여튼 이 순간 그는 우리 독자들이 다소는 예상했을, 그러나 사실은 더 충격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잘된 것이었습니다만 현실에서 이런 될대로되라식의 선택을 한 이들을 두고 우리는 그저 동정, 혐오, 지탄 등의 반응을 보일 뿐입니다. 존재가 그의 최소 존엄도 유지 못하는 단계까지 갔을 때 보이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건만, 여튼 이 웹툰 속에서 그의 선택은 그 나름 절묘한 탈출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보여 주는 존재에 대해 어떤 외경 등 종교적감정을 드러내는 게 인간의 특징입니다. 사자나 하이에나 등 맹수를 보면 모든 동물의 통성은 분명 아닙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외경 같은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며 그에 대한 복종과 감탄을 나타내죠. 이는 구석기 인류뿐 아니라 정치적 지도자, 연예인 등에 대해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추종, 숭배만 보아도 여전히 우리 인류에게 공통되이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브랜든은 우리가 처음부터 지켜 봐 왔듯 어찌보면 평범 이하의 존재였습니다. 미운오리새끼 등에서 보았던 어떤 미발현된 포텐 같은 것마저 없습니다. 한 공동체에서 misfit으로 취급받던 자가 다른 데에서 신격으로 추앙되는 건 확실히 역설적입니다. 우리 인간만큼 무리 안에서 지독하게 서열을 나누고 드는 족속도 또 없습니다. 다름은 다름일 뿐 결코 틀림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돕는 명작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