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김용익 소설집 1
김용익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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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글을 보면 "해외 매체들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문학 작품이란 무릇 인간 정신의 가장 낮고 깊은 저류를 탐색하는 집요함, 이를 표현하는 그 형식의 아름다움 등이 고루 갖춰져야 하겠으며 아마도 40여년 전 이 작의 그런 성취를 보고 저런 높은 평가가 나왔을 만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줄거리만 (일단) 살피자면 소설을 읽는 독자의 마음은 매우 무거워집니다. 


꽃신은 남녀가 시집, 장가를 갈 때 생애 단 한 번만 신는 호사품이며 장인은 이를 평생의 보람으로 삼습니다. 신을 만드는 직종 역시 조선 시대 내내 천시되었으며 이런 뿌리 깊은 편견은 1894년 형식상의 신분 해방이 이뤄진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일제 강점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장인(匠人)은 본인도 천역에 속하는 신분이면서, 이웃 고깃간의 식솔들을 천시하는 모순된 태도를 가집니다.


장인에겐 예쁜 딸이 하나 있는데,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고깃간네 소년과 매우 친하게 지내 왔습니다. 적어도 그 장인을 제외하고는 이 두 집안 사람들 모두 이 관계(물론 어디까지나 어린 친분에 그치는)를 용인하고 장려하기까지 합니다. 소년의 아버지인 백정이나 그 아내는 신발장인의 딸을 예뻐하며, 심지어 장인의 처도 소년을 기꺼워합니다. 아니 장인 본인조차 "백정의 자식만 아니라면 인물도 훤칠하고..." 어쩌구를 되뇌며 짐짓 그 인물됨을 안타까워하기까지 합니다. 본인의 의사에 거슬리는 어떤 힘이 자신의 결정을 막기라도 한다는 투인데 실상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본인만 스스로 그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면 그만입니다. 본인도 그런 편견을 가질 주제가 못 되는 처지인데도 저렇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아마, 시대가 변하여 더 이상 수요가 없는 신발 장인 같은 것보다,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섭취를 많이 하게 될 육류를 다루는 직종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리게끔 시대가 변해갔을 겁니다. 사람의 신분을 돈이 결정하는 세상이 다가올수록 처지는 역전되기 마련이며, 사실 조선 시대라고 해도 신발 장인이 백정보다 딱히 우위에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여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런 질서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고한 자긍심 때문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딸은 기어이 부잣집(여기에 빚을 많이 졌습니다)에 식모로 들이지만, 주인에게 희롱을 당한 후 바로 쫓겨나는 비참한 신세가 되며 끝내 자살하기에 이릅니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본격적으로 신분 질서가 해체되는 와중 발생한 비극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은 KBS에서 극화하기도 했는데 신발 장인 역에 이신재씨, 그 딸 역에 이경진씨, 백정 역에 원로 배우 문오장씨가 나와 좋은 연기를 펼칩니다. 백정의 잘생긴 아들 역은 얼마 전 코로나 감염으로 안질환이 생겨 방송활동을 중단한 한때의 트렌디 배우 강석우씨가 열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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