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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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 선생은 특히 우리 나라 친일 역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분입니다. 이 책에는 그 비통한 역사의 생생한 과정이 잘 설명되었으며, 마치 소설을 읽는 듯 구체적인 장면 묘사가 많아서 초심자들이 읽기에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하연 극본의 KBS 사극에도 등장하는 손탁 부인이란 분이 있죠. 독일어로 존탁은 일요일이란 뜻인데 그녀의 이름은 손탁 호텔에도 남아 있었으며 이 책 p51에 나오듯이 1918년 이화학당에 의해 매수되고 헐려 신교사로 개축되었습니다. 이범진 등 친러파가 아관파천을 주도할 무렵 미국 총영사도 러시아가 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는 결과를 가만 보고만 있지는 않아서 외인부대를 마련하여 고종의 경호를 살피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베르 공사의 처형이 바로 손탁 부인이었으며, 소비에트 혁명 이후 모든 것을 잃고 객사한 그녀의 운명은 다소 비장감까지 자아냅니다. 


임 선생의 문장은 대단히 고풍스럽습니다. "주지육림"이라는 사자성어가 이 책 중에서 대단히 풍자적으로 쓰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쓰이 물산이 경성에 사업소를 설치하면서 이 땅에는 일인들을 접대하는 게이샤 문화까지 같이 유입되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유명한 난봉꾼이 오다가키라는 자입니다. 이런 인간 쓰레기들과 함께 이 땅에 몰려온 온갖 퇴폐 문화 때문에 한국의 미풍양속도 오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는 모습도 참 더립기 짝이 없는데, 돈은 많아서 그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도 일단 돈으로 변상을 하면 그뿐입니다. 변상을 받고 난 후라도 기분이 개운할 리 없습니다. 


러일전쟁이 의외로 일본 측의 승리로 끝나고 난 후 재정고문 메가다가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독판치다시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메가다의 이름은 국사 교과서에도 등장할 정도죠. 정부의 관세권은 단돈 1천원에 화대로 지출되어 팔려나갔다는 이 서글픈 역사를 보면서 나라와 국민의 존엄이 얼마나 처참하게 모독당했는지 치를 떨게 됩니다. 이토는 이 무렵 조선의 통감으로 앉아서 온갖 정사를 좌우했는데 저자 임 선생에 따르면 기생이 유력 인사의 옆에 앉아 일대일로 술을 따르는 모습은 철저히 왜속(倭俗)이라고 합니다. 


한일합방이라는 용어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입장도 있으나 이 책 p126 같은 곳을 보면 "조선 측이 합방, 즉 결혼을 신청해 오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뜻이오?"라는 스기야마의 질문에 고무라 외상이 긍정적인 답을 하는 장면을 보면 아무리 가식, 형식이라 해도 "합방"이란 용어는 당대에도 통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신청"이 자발적일 리 없습니다. 철저한 강압에 의했다는 건 역사상의 여러 증거가 이미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 측이 특히 한국에서 호랑이 사냥에 아주 열심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호랑이 사령관으로 매우 무서운 이미지를 가졌던 하세가와 총독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임 선생의 필치는 무척 유머러스한데, 전임 테라우치 총독은 105인 사건도 조작하여 숱한 한국인들을 집어 넣었으나, 이 작자는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기개가 부족하여(?) 15인 사건도 조작할 만한 배짱이 없었다며 역설적으로 그를 비판합니다. 


일제가 36년 동안 이 땅에 끼친 해악은 이루말할 수없으나 저자는 특히 "밤문화의 해독성"에 대해 논급합니다. 우리도 혹 술자리에서 일제 유습을 따라하는 추태를 떨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자성해 볼 일이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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