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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9살 제윤이가 쓴 동시집
최제윤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1월
평점 :
어린이가 쓴 시는 언제나 맑고 깨끗합니다. 그래서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저자 최제윤 어린이는 2012년생이며 부산 출생이고 분포초등학교에 다닌다고 책 소개에 나옵니다. 저희 때에도 친구들 중 시집을 발간하는 애들이 있었으나 약간은 어른들 흉내를 내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이 시집은 말 그대로 천진난만한 동심을 노래하는 내용이라서 읽기도 편하고 어른 독자 입장에서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아늑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발소리. 아빠발 쿵쾅쿵쾅, 엄마발 쿵쿵쿵쿵. 아기발 콩콩콩콩" 아이들은 한창 귀가 예민할 시절이라 소리의 미세한 차이로도 대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아빠는 물론 근력도 충분하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니까 발소리가 가장 클 만합니다. 그런데 왜, 사뿐사뿐 걸어다니실 수 있을 때에도 아빠들은 항상 소리를 크게 내어 걷는 걸까요? 아마 가족을 부양하는 그 부담감과 책임감이 그만큼 커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 아주아주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정말정말 사랑해요." 이처럼 아이의 마음은 순수합니다. 정말정말, 아주아주 사랑한다는 데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습니다. 물론 이 나이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게 보통이지만 아직 친구들과 신 나게, 특별한 무리의식, 동질감을 형성하면서 놀러다닐 만한 나이는 아닙니다. 아이한테는 아직 가족이 그 세계의 전부이며 엄마 아빠가 만들어주는 가족의 아늑함, 보호감 같은 것이 최고라고 여기며 살아갈 만한 때입니다. 그럴 때 아이 입에서, 혹은 마음에서 표현되는 "사랑해요"의 고백이야말로 가장 온전하고 원초적인 애정의 외침이겠습니다.
도서관, 처음 가 보는 도서관은 일단 책이 많아서 좋고, 다음으로는 평소에 내던 대로 소리를 함부로 낼 수 없다는 게 또 신기합니다. 물론 이래서 안 된다는 명령, 의무가 부과되는 게 마음에 들 아이는 없겠으며 어른도 누가 뭘 해라 하지 말라고 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이 꼬마 시인은 "아 내가 처음 와 보는 장소에서는, 내가 여태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규칙이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갖습니다. 이런 깨달음과 동시에 시인은, 어린이는, 그 순간 정신의 키가 한 뼘 정도 성장함을 느낄 것입니다.
음식을 먹고 나면 놀든지, 혹은 공부를 하든지 해서 소화를 시켜야 하겠죠. 시인은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비해 너무 많이 먹은 것도 같습니다. 원래 친구와 함께 지내다 보면 먼 길도 금세 걷고 양이 많아도 후딱 비우곤 합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많이 먹으니 배가 평소보다 더 나왔고 시인에게 이는 다소 어색한 느낌입니다. 어여 뛰어 놀고, 이상하게 튀어나온 배를 빨리 꺼뜨리고 싶은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너무 귀엽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