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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평점 :
세상 일은 꼭 내가 영향을 미칠 범위 안에 들지 않더라도 제 자신의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잘 돌아갑니다. 예를 들면 이 책 p49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스탠 리가 타계하고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을 낸다든가 하는 일 같은 것이죠. "나"는 그저 외진 곳에서 낯모를 이들과 함께 숙박할 뿐인데, 사실 이런 사람들 역시 우연히 낭나와 같은 숙소에 묵게 되었을 뿐 내가 이웃을 고를 수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중에는 주식 투자가들도 있고 또 누군지도 모를 이들이 있는데 저자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한 사람이 나가고 나자 마치 "태그매치처럼" 다른 사람이 들어오더라는 겁니다. 그들에게 나의 존재가 무심히 느껴지듯 나의 그를 향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혼 27년차 중년 남성은 아내가 어떤 말을 꺼낼때 과연 그 뒤에 어떤 결론이 따라올지 그 서두 몇 마디만 듣고도 바로 판단이 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고3이 무슨 벼슬이야?" 아닙니다. 벼슬이 맞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그 귀한 시간을 독서 등에 쓰지 않고 용돈을 벌어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일에 골몰합니다. 그런데 민증도 이미 나왔건만 알바 자리가 쉽게 안 구해지고 결국 엄마의 힘과 입을 빌려 용돈 인상 요구에 나선 거죠. 협상은 결렬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요즘 애들" 타령이 습관처럼 이어지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시기에 다들 알바 한 자리는 하고는 했죠.
형편이 억울하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사연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 언제나 습관처럼 장발장이 거론됩니다. 예전 외환 위기 때 어느 가장이 아기 분윳값이 없어서 훔치다 절도죄로 기소되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어느 앵커가 "에이, 그런 분은 그냥 풀어줘야~" 같은 멘트를 참 쉽게 하던데, 경우에 따라 참 위선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연은 어느 할머니에 대한 것이어서 그 건과는 또 다르게 생각될 여지가 있긴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청춘은 각별히 애달프게 보일 수도 있을까요? 아무래도 캠퍼스에서 비대면 수업이 많다 보니 공부 외에 어떤 친구들과의 교류도 힘들고....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학원 과정을 밟다 보면 제때 귀가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여튼 때가 되면 졸업은 해야 하고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죠.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해도 누군가에게는 이게 아침이고 누군가에게는 저녁입니다. 이처럼 얼굴 구경도 하기 힘든 게 과연 잘 살아나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나 싶어도 여튼 그렇게 세상은 돌아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