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스토리텔링 -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9가지 스토리 법칙
매튜 룬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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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터 튠은 실제로 픽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애니메이터 겸 중역입니다. "스토리텔링"은 그의 평생에 걸친 하나의 과제이자 지표였고 애니메이터로서 그는 동료, 상사, 어쩌면 고객들에게까지 널리 최고로 인정받던 인재였습니다. 우리가 영상 컨텐츠 제작 업체에 실제로 들어가 근무할 일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 독자들도 실제 어디에 몸 담고 있건 무관하게, 스토리를 끌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이제 거의 필수가 되어 버린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후크"란 말은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꼭 아니라 해도, 그저 일반인이라 해도 이제 아주 익숙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걸그룹들이 대중의 귀에 잘 알아서 '꽃히게 만들어 불렀던 "후크 송"이라는 장르 규정어에서도 그렇고, 비단 노래에서뿐 아니라 어떤 컨텐트라고 해도 후크가 없으면 기억 속에 오래 남기 힘들죠.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은 타고나는 건지,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들려 줍니다. 저자의 조부는 자신의 가개 앞에 손님의 시선을 끄는 고릴라 인형을 "후크" 삼아 배치하여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분이 마케팅 개념으로서의 "후크"를 의식했건 아니었건 무관하게 실제에 적용해서 효과를 봤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부에게도 이런 감각이 있었으니 그 손자가 (훨씬 큰 스케일에서) 성공을 한 것이겠고 말입니다. 


"잘 만든 스토리에는 누구도 공감하게 된다(p63)" 저자는 애니메이션 <UP>을 예로 들며 부부관계가 위기에 놓였던 어느 커플이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옛 정을 도로 찾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UP>은 어찌보면 하나의 환멸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어려서 꿈을 품고 이에 대해 일정 부분 환상이 깨어져가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그 과정은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환멸이 다가오는 순간 내 인생의 중요한 (적어도) 한 부분이 산산히 부서지는 듯한 아픔이 뒤따릅니다. 이 과정을 잘 넘기는 사람은 서성숙한 어른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반사회분자가 됩니다.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p87) 우리가 어느 회사를 다니건 어느 샵을 운영하고 있건 간에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고객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 나갑니다. 직접이건 간접이건, 자기 일에 등장하는 고객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백 보를 양보해 장인(匠人)이 될 수는 있을망정 성공한 사업가는 될 수 없습니다. 스토리 역시 그의 진실성, 핍진성, 흥미 못지 않게 그 이야기를 듣게 될 사람의 처지와 감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스토리는 스토리가 아니라 고문이자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참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이들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낸 듯합니다. 그 역시 커다란 축복 중 하나입니다. p135에서도 그는 제프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주는데, 제프 삼촌은 저자에게 흥미로룬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들려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였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사심 없이 재미있으면서도 진실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요? 넉넉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한테라야 이런 능력과 자질, 혹은 "자격"도 찾아와 그 가슴에 자리를 잡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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