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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황후 6
알파타르트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12월
평점 :
일에 바쁘다 보니 아무래도 청소년층이 즐겨 읽을 것 같은 웹소설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번에 1~5권까지의 스토리도 잘 모른 채로 이 6권부터 덜컥 읽게 되었지만 빨려들어갈 것 같은 재미가 나서 다 읽고 난 후 무척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잘 짜여진, 또 촘촘한 재미가 있는 소설만큼 사람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게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친족법 교과서에 "친자 확인/부인 소송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곤 했습니다. 출생 시점 즈음으로 특정 인물들과 해당 여성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 관계에 있었는지를 일일이 따져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로를 셈하여 어설프게 확률을 계산하고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법조상의 추정이나 입증책임의 문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증인을 산더미같이 불러도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겠으며 수십 년 전(불과 수 개월 전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의 사정을 재구성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던 걸 이제는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99% 이상의 개연성을 갖는 결과가 도출되니 적어도 소송 문제만 놓고 보면 이같은 기적적 발전이 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 작품 속에서 그런 과학적 수단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품 중에 묘사되는 대로 아 이런 경우라면 빼박 친자 여부가 결판날 수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나마 확실한 상황이 나오길 기대하는것도 확률이 지극히 드문 경우라 하겠죠. 여튼 글로리엠은 참으로 안타까운 운명입니다. 내가 철석같이 누구누구의 자식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밝혀진 바가 반대라니...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하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삼은 판타지에서 황제가 그나마 황후와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는 건 기독교 컨벤션의 영향이 큽니다. 동양 같으면 황후(정비인데도)에 일정 사유가 있을 경우 바로 폐출이 되어 서민 신세로 떨어지거나, 서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계승권이 부인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정비라고 해도 지위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시앗에게서 본 아이를 억지로 받아들여 적모로서 감정 노동도 해야 하고... 나비에가 여기서 겪는 여러 고생은 사실 고생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6권을 읽으면서 산적의 정체에 대해 처음부터 의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과연... 한편으로 이 소설에서는 마치 중근세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제국의 관계처럼 제국의 신민들이 상대 국가에 대해 일정 부분 적대감을 가지면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등 양가적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판타지 소설 아니랄까봐 적절한 사건을 계기로(?) OOO의 자아가 이분되는 장면 등은 뭐 어쩔 수 없는 장르 특징이다 싶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웹소가 우선 재미있기라도 하면 일단 합격인 셈인데 이 작품은 분명 그 이상을 독자에게 선물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