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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났다, 그림책 ㅣ 책고래숲 3
김서정 지음 / 책고래 / 2021년 12월
평점 :
그림책은 꼭 어린이만 읽는 책은 아니며, 때로는 어른이 읽어도 좋습니다. 물론 어린이들이 읽으면, 아직은 어렵게 느껴질 텍스트 위주의 책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멋진 글에 알맞은 아름다운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기에 더욱 좋겠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멋진 그림책들이 어떤 게 있을지 친절히 김서정 평론가가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책은 모두 3부로 나뉩니다. 좀 특이하게도 1부에서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먼저 소개하며, 2부가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책들, 3부가 모두 함께 읽을 만한 책들로 구성됩니다.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읽을 만한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나 싶었습니다. 1부가 제법 길고 3부가 약간 짧은 편입니다.

p87에 소개된 <빅 피쉬>는 "희망적 미래 뒤에 숨은 절망적 과거"를 다뤘다고 책에 나옵니다. 이기훈 저자의 작품이며, 작가의 전작인 <양철곰>과 함께 읽으면 더 이해가 깊어진다고 합니다. 한 편의 영화처럼 내용이 전개된다니 내용 자체의 박진감도 기대되며 그림도 함께하니 더하겠다 싶었네요. 혹시 <양철곰>도 따로 소개가 있을까 싶었으나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빅 피쉬> 꼭지에 실린 소개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책 맨 앞 모든 목차에는 저렇게처럼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한 줄 평들이 실려 있고, 각 부로 들어가서 맨 앞 페이지에 그 책의 제목들이 나옵니다.
휘황찬란히 빛나는 도심이지만 그 이면에는 차마 말 못할 어두운 사정도 있기 마련이죠. <한밤중에 강남귀신>을 보면 강남이란 우리들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극단의 자본적 욕망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행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걸 독자에게 깨우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사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바로 사람이며, 이 책은 어린이 주인공 자미를 통해 독자에게 뜨끔한 교훈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그림은 회화와 판화가 적절히 섞여 미학적 효과를 더한다고도 하네요.
해적이라고 하면 그간 무섭고 섬뜩한 캐릭터가 대부분이었으며 어린이라고 해도 아마 이런 고정관념에 묶여 있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마 세이조 작가의 <해적>은 이런 독자의 고정 관념에 보기 좋게 도전장을 던집니다. "하고 났더니"라는 거듭된 연결어구로 이 작품의 내용을 재미있게 요약하고, 동시에 플롯의 매력에 이끌린 자신의 감정도 표현합니다. "슬프고 아름다운 판타지로 삶을 고양..." 그런데 아름다움보다는 "슬픔"이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많은 판타지가 그처럼 슬픈 결말을 맞은 게 그런 까닭들이 있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떤 그림책은 그림이 메인이고 텍스트가 적기도 합니다. 그러나 좀 그러면 어떻습니까? 저자는 <이 작은 책을 펼쳐 봐>를 소개하며, "'책의 내용은 곧 글자'라는 선입견을 이 책은 유쾌하게 뒤집어 준다"고 평합니다. 이어 "유려한 그림과 풍부한 색채, 발랄한 구조 자체가 곧 훌륭한 이야기이자 이야기의 재료(p160)"라고도 합니다. 평론가의 설명은 확실히, 많은 것을 예사로 봐 넘기던 독자의 눈을 틔워 주기도 합니다.
<두더지의 소원>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처럼, 이런저런 소원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마음을 두더지와 어느 아이를 통해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여느 동화들이 혹은 서사물이 가는 길과는 살짝 다른 경로를 취하는 이 작품을 보며 저자는 놀라움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저자는 예술의 소명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의 논의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책을 평론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어떻게 삶의 원동력을 얻곤 하는지도 고백합니다.(p246) 그래서 우리는 이런 평론가의 책을 읽으며 공부도 하고 동시에 같은 독자로서 응원도 얻고 공감도 한 지점에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림이 함께하여 더 따뜻한 책 구경, 평론가의 소개라서 더 두둑한 설명과 가르침을 접한 듯하여 한결 흐뭇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