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철자와 발음이 도통 맞지를 않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알파벳을 익혀도 글자를 읽는 데에 바로 연결이 되질 않습니다. 청소년기에 이른바 "영포자"가 되는 학생들(수학은 또 잘하기도 합니다)을 보면 이런 좌절을 거친 경우가 많습니다. 발음과 글자를 연결시키는 과정인 파닉스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책은 반양장본처럼 보이지만 앞표지를 넘기면 바로 스프링북이 나옵니다. 와 이런 모습을 한 책도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고,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하루 한 장"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스프링북 형태가 제격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파닉스는 규칙 암기가 아니라 단어를 통해 스스로 체화하는 과정!(p3)" 사실 아이들이 영어 파닉스를 어려워하는 게 너무도 당연합니다. 우리 한글은 거의 100% 정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단어를 여럿 학습하면서 감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수학처럼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러나 영어 파닉스에는 암기를 하고 싶어도 암기를 할 규칙이 없어서 어렵습니다. 똑 같은 영어 철자 a인데 어떤 때에는 [에이], [애], 어떤 때에는 [어/아]로 읽히니 말입니다. 영어 파닉스를 한글보다 훨씬 공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를 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루에 알파벳 하나씩을 공부하며 대충 어떤 발음이 나는지 공부하게 돕습니다. 영어 파닉스에서 가장 어려운 건 모음이고 그 중에서도 a입니다. 책의 설명은 "우리말 [애]보다 턱을 아래로 더 당기고 입을 크게 벌리라"입니다(p19)." 이 지시대로 어려서부터 충실히 따르며 연습해야 원어민처럼 좋은 발음이 나오게 됩니다.
본문은 올컬러이며 해당 철자가 들어가는 여러 단어들이 그림과 함께 소개됩니다. 아무리 영어가 낯선 어린이들이라 해도 재미가 절로 붙게끔 구성되었습니다. Day05(p23)에는 철자 c가 [ㅋ] 발음이 나는 경우만 우선소개가 되었으나 Day33(p89)를 보면 드디어 c에 [ㅅ] 발음 비슷하게 나는 경우가 나와 아이들 머리를 아프게 하죠. 그러나 이 고비를 잘 넘겨야만 합니다.
영어깨나 한다는 어른들도 j[쥐]와 z[ㅈ]를 잘 구별하지 않습니다. jet는 [쥇]에 가까운데 그저 [젯]처럼 발음하고 말죠. 이런 건 나중에 원어민과 대화할 때 큰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f와 p는 그리 어렵지 않게들 구별하여 조음합니다.
Day42에 보면 OuO의 모습에서 대체로 u가 [어}발음이 난다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물론 예외도 많지만 일단 어린이들은 이런 원칙적인 걸 먼저 확실히 익히고 어려운 예외를 나중에 배워야 하겠습니다.
책후반부에는 이중모음, 그리고 국제음성기호가 나옵니다. 영어는 그저 자주 노출시키고 눈과 귀와 입에 익게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파닉스 교재를 보니 이렇게 예쁘고 깔끔하며 친절한 책을 봐도 아이들한테는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이 들었으며, 다행히도 나는 이 난감한 과정을 무사히 넘겨 영어 문맹자 신세는 면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파닉스는 애초에 익숙해지는 것말고는 답이 없는 공부이므로 아이가 친숙하게 느끼는 책을 골라 자꾸 보게 하는 수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멋진 책으로 공부를 시킬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