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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최초이자 최고가 된 브랜드들". 확실히, 최초도 그렇고 최고가 된 브랜드들은 남다른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흔히 "오리지널리티"라 부르는 그 무엇을 지니고 있는데, 아 이게 독창적이구나 하는 막연한 느낌은 받기 쉽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 독창성의 비결인지는 짚어 내기 어렵습니다. 유튜브 채널 "세상의 모든 지식" 명의의 이 책을 통해 오리지널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따라가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가가 좀 부진하기는 합니다만 켈로그는 미국을 대표할 만한 즉석식품 제조기업으로 여전히 꼽힐 만한 곳입니다. 안식교 열성 신도 부부의 아들이었던 존 하비 켈로그는 어려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기독교 특정 교파는 이런 경우가 간혹 있죠. 적정 연령대에 적절한 사회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성공한 기업인은커녕 평균 수준의 사회 생활도 영위하기 힘든데 어떻게 해서 가장 성공한, 또 가장 독창적인 기업의 창업주가 되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정신이 성장하는 가장 큰 무기는 "교육"이며 교육을 학교 같은 기관을 통해 접하지 못한다면 가장 좋은 대안은 "책, 독서 활동"입니다. 존 하비 켈로그는 출판사에 근무하며 건강,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켈로그 같은 즉석 시리얼 제품을 우리는 콘 플레이크라 부르는데 책 p47에 그 유래가 잘 나옵니다. 지난 시기 미국의 성공한 기업가들 중에는 유독 개인적인 오랜 소신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저 창업주 존 하비가 끝내 대중화에 반대하는 바람에 오늘날과 같은 대량생산 제품은 그 동생인 윌 케이트에 의해 이뤄졌으며 책에는 "당초 건강식으로 개발된 이 제품에 설탕이 첨가되는 걸 보았다면 창업주 존 하비는 뒷목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p49)"는 재미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처럼 독자들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독특한 해석이 곁들여진 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 품질을 떠나 커피가 양적으로 많이 생산되는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네슬레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브랜드인데, 바로 저 브라질의 잉여 커피를 사들여 인스탄트 제품으로 만든 게 큰 히트를 쳐서 지금에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스위스 브랜드였던 이 네슬레 커피는 2차 대전 이전 미국 시장을 완전히 지배했던 조지 워싱턴 커피를 완전히 몰아내었다고 나옵니다. 조지 워싱턴 커피는 책에 나오듯이 그토록 오랜 동안 뛰어난 기법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매료한 브랜드였는데도 결국은 이런 귀결을 맞았으니 영원한 승자란 시장에 없는 법임이 다시 확인되네요.
나이 든 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반찬으로, 명절 선물로 매력 있는 아이템이 스팸입니다. 이제는 보관 운반 기술이 발달하여 구태여 저런 형태의 가공육을 먹을 이유가 없으나 20세기 미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지난 세기에 큰 혁신을 이뤘다 할 히트 상품이었습니다. 고단백 성분이라 전투 중의 군인에게도 큰 인기였으며 제조국인 미국보다 영국에서 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저렴한 식단에 끼지 않는 데가 없었으므로 어느새 "과잉공급(p75)"의 이미지까지 덧입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팸메일에서 "스팸"이란 수식어 역시 여기서 파생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수질이 좋은 나라입니다만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고 특히 전쟁 중 병사들에게 공급되는 식수의 맛이 불쾌했기 때문(p78)에 이의 대용품으로 코카콜라 같은 것이 반응이 좋았습니다. 막스 카이트는 2차 대전 발발 후 미국에서의 공급이 끊긴 코카콜라 독일 지사를 사들여 대체음료로 Fanta란 상품을, 이런저런 찌꺼기를 모아 시판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것이 한국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소개된 음료 "환타"이며 우리가 아는 대로 코카콜라가 인수하여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상상력을 좀 발휘해 봐!:"라는 재촉에서 그 브랜드명이 유래되었다고 하니 더욱 재미있네요.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 참으로 패기 있는 말입니다. 3M은 본래 광산회사였는데 스페인에서 수입하던 석류석 중의 올리브 오일 성분이 문제가 되어 계속 사포에서 불량품이 나오자 윌리엄 맥나이트라는 직원이 문제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어 해결했다고 합니다. 스카치(본디 구두쇠라는 뜻) 셀로판테이프를 만든 리처드 걸리 드류라는 직원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 회사 관련 가장 유명한 일화는 떼었다 붙였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포스트잇이라는 메모지 제품이겠습니다.
혁신은 끝없이 전세계의 기업가들로부터 이뤄지고 있으나 이 책에는 유독 미국의 사례가 자주 나옵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관에 지배되었다는 상투적인 비판을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지난 세기 동안 혁신 제품이 그만큼 미국에서 많이 나왔다는 팩트에 기인하며 이런 사정은 현재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많은 인구와 우호적인 시장을 배경으로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값싼 제품을 내놓아 큰 돈을 벌었다는 것과, 실제로 종전보다 효용이 크게 나아진,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는다는 건 완전히 다른 말이죠.
과거 지포라이터는 질 좋고 오래 쓰는 라이터의 대명사와 같았는데 한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이런 형태의 라이터가 점점 없어지고 일회용 가스라이터가 더 인기를 끌곤 했죠. 이 제품 역시 대전 중 병사들의 고충을 덜어 주는 고마운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는데, 전쟁이란 확실히 많은 혁신의 계기 노릇도 해 주는, 역설적이고도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다음 챕터에는 "찍으면 바로 인화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예가 소개됩니다. 현재는 폰카, 디카 등이 일상화되었으나 이 와중에도 레트로 상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서부 개척 당시 물품 운송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운송업 분야에서 높은 신용도를 자랑했으며 이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송금수표, 은행수표 등의 사업에 진출했으며 1960년대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신용카드업에까지 손을 뻗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기존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의 니즈를 잘 캐치하여 1인자로 남은 기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창성, 탁월함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니며 날카로운 직관력, 부단한 연구 노력,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 등이 한데 어울려 성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높은 수준의 창의력이 요구되는 지금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무엇이 성공의 요체인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