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 -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의 주인공
최새봄 지음, 김동욱 외 13명 그림 / 디페랑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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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과 그림은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사랑이 뭔지에 대한 답 외에도 이런저런 궁금함들이 우리 인생에서는 항상 곁에 머물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런저런 책을 들춰 보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도감을 통해 그림들을 검색해 보기도 합니다. 언제나 답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답 비슷한 걸 얻은 후 잠을 청허거나, 혹은 그래도 기분이 나아졌다며 뭘 얻긴 했다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결론다운 결론은 전문가를 통해 얻어야 합니다. 


이 책은 최새봄 작가님이 쓴, 아주 많은 책들을 통해 얻은 소중한 깨달음과, 14분의 화가들이 그리신 그림들을 싣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그 중에 놓치는 구절이 있고, 읽긴 했으나 그 깊은 의미를 채 건지지 못하고 표피적인 뜻만 본 채 넘어가기도 합니다. 꼼꼼한 사색과 날카로운 안목은 그런 아까운 고갱이들까지 잡아내어 우리들 아마추어에게 다시 선사합니다. 


"연애란 일상인가, 비일상인가(p152)" 이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를 통해 저자가 던진 질문입니다. 답은 이것일 듯도 하고 그 반대일 듯도 합니다. 가슴 아픈 지적이, "연애란, 그 시작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반드시 비일상의 영역에 존재하나..." 자 그럼 저자의 그 다음 말씀은 뭐겠습니까? 마치 예전 노래, 015B의 <아주 오래된...>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연애는 이처럼 일정 시점부터 신선함을 잃고 지루한 루틴이 되어가기 시작하며 관계는 "상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상한 감정을 다시 되살리는 게 고수의 솜씨이겠죠. 그 스킬이란 그저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어떤 기교의 영역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 다시 설레는 지점을 찾는 진심과 공감의 합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지요. 


더글라스 케네디는 통속 작가이긴 하나 저자는 그의 <오후의 이자벨>을 이 책에서 인용합니다. 그저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 순간", 샘과 이자벨은 여튼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신선한 연인으로 남길 원합니다. 그러나 결국 샘은 타인과 결혼하고, 그들에게는 매번 어떤 순간이 찾아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사실 매번 뻔한 공식에 의지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 작가였지만 유독 이 작품만은 그래도 뭔가 독자에게 해셕의 여지가 주어지는, 그 나름 참신한 진행이긴 했습니다. 이 부분, 최새봄 저자님 덕분에 새롭게 작품 하나를 기억하고 저 개인적으로 뭔가를 건지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통해 만났느냐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만난 후에 무엇을 교감하고 느끼고 함께 꾸려간 시간인가가 훨씬 중요하지만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에서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보게도 되는 듯합니다. 저자는 소개팅에 대해 특별한 추억이 있으신지 이 첫만남의 의의에 대해 다소 길게 이야기합니다. 요즘은 데이팅 앱의 등장 때문에 이 분야에 완전히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는 중이기도 하죠. "가장 설레었던 장면으로 면죄부를 얻는 유일한 장면(p215)." 이 말씀을 듣고 나서 저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어느 에피소드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용서 쿠폰"을 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하는 멋진 씬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녹아 사랑이 되는 것(p285)" 멋진 표현입니다. 서로가 뜻이 잘 맞아 예쁜 만남을 이룬 커플은 그 마음과 마음이 매번 좋은 결합을 이뤄 사랑의 감정에까지 연결이 되며, 반대로 그저 일시적인 육욕을 채우려 만난 사이라면 결국 좋지 못한 결말로 치닫게 됩니다. 앨런 홀링허스트의 <수영장 도서관>에서 주인공은 수영 경주를 마친 후 "아슬아슬했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되뇐다고 합니다. 이처럼 행복한 커플, 애초에 잘 만난 사이는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아도 그 말이 "사랑해"로 번역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절절하고 뜨거운 감정을 나눠 본 체험이 있어야 사람이 세상에 난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선영이"는 예전에 어느 티저 광고에서 사랑 고백 대상으로 공개 표현된 분이지만(?) 김연수의 소설 <사랑이라니...>에서는 어렵고도 어려운 사랑을 이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진우와 광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 결국 결혼은 광수와 하게 되는데... 여기서 저자는 혼자서 한 곳을 응시하는 것과 두 사람이 한 곳을 같이 바라보는 게 그 열기가 같을 수 없다고 콕 지적합니다. 읽으면서 과연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한 길 사람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 발견하고도 계속 두 마음을 한 마음으로 초점을 맞춰 가는 그 과정입니다. 알고 보면 이처럼 이름난 문학 작품들 중에 답이 있었지만, 그래도 진짜 답은 내 인생에서 직접 찾고 실천에 옮겨야 하니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살짝만 풀어도 기분이 좋고 많이 풀고 나면 하늘을 날 것 같은 게, 아마 수학 문제 풀이와는 또다른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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