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하버드 중국사
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헌 옮김 / 너머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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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송원대를 하나로 묶고, 명청을 또 하나로 묶으나 이 시리즈에서는 원과 명을 한 단위로 칩니다, 사실 주원장은 초기에 순장 제도를 두거나 황제의 절대 독재체제를 만들어 재상의 참여를 배제하는 등 전 황조인 원을 따라한 점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영락제가 황위를 찬탈한 후에는 수도를 북경으로 옮겼는데 통일 제국이 수도를 북경으로 삼은 건 원이 처음이었습니다. 책에서는 그 외에도 행정 구역, 역참 제도 등의 공통점을 더 듭니다. 


또 고려(조선)에 대한 태도를 보면 주원장은 처음에 함경도 일대에 철령위 설치를 일방적으로 통고하여 명의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식으로 나와 반도를 긴장시켰습니다. 원을 밀어내고 대륙을 통일했으면서도 원이 주변국에 대해 행사하던 권리는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나왔으니 모순입니다. 정도전이 격분하여 무력 행사로 대응하려 했던 게 이해는 됩니다. 


송대부터 일찍이 화폐 경제가 발달했고 특히 남송이 임안으로 천도한 후에는 강남의 개발이 본격화하여 송나라는 국토의 반절만 갖고도 이전의 통일제국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발전시켰습니다. 원은 송을 멸망시킨 후 그 번성한 거대 경제 단위를 그대로 흡수하였고 나아가 교초를 찍어내어 고도의 화폐 경제를 추구하긴 하였으나 돈 찍는 재미와 편의만 알았지 인플래이션의 무서움을 알지 못했습니다. 정치의 문란 외에도, 원 제국이 망한 이유에는 경제 질서의 파탄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명은 원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철저한 은 본위제를 만들었으며 이 시스템이 이후 청제국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쑹홍빙의 <화폐 전쟁>을 보면 은본위제로 갈 것을 주장하는데 좋았던 시절에 대한 퇴행적 집착으로 보입니다. 


저자가 원명을 한 단위로 묶은 건, 북원이나 오이라트, 타타르 등이 집요하게 명의 북변을 공략하며 옛 영화를 되찾으려 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에센은 1449년 토목의 변에서 명의 정통제를 사로잡았으며 1550년 알탄 칸은 베이징을 포위하는 등 동아시아의 정세가 어찌 흐를지 안심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때 명은 조선에 원병을 청했으나 조선은 여진의 발호를 구실로 매번 회피했죠. 1592년 만력제가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왜의 침략에 맞서 도움을 준 건 어찌보면 뜻밖의 결단이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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