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서 능력을 키워 주는 독서대화
이미숙 지음 / 이비락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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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자 삶에의 간접 체험입니다. 일일이 다른 나라나 (위험도 다분한) 자연계를 체험할 수는 없고 책을 통해 저런 걸 간접으로 접하며 견문과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그저 혼자 읽어 내는 것만으로도 지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는 activity이지만 기왕이면 독후 활동이나 병행 과제로서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척 생산적입니다. 이 외에, 솔직히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책읽기를 어려워하므로(아니, 어른이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독서를 돕는다는 뜻에서, 같이 발걸음을 떼어 주는 식으로, 특히 그 부모님들이 아이와 대화를 수시로 나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p61 이하에는 이솝 우화 중 "사자와 생쥐"를 읽고 가상의 아동(실재 인물일 수도 있죠. 이미숙 저자님의 아들인지도 혹시 모르겠습니다) 정민이와 그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있습니다. "사자와 생쥐"뿐 아니라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는 이 정민이하고 엄마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정민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해석이나 반대 의견을 피력합니다. 학교에서 유도하는 어떤 판에 박힌 결론이 아니라고 해서 면박을 주거나 하면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기가 죽습니다. 이게 심하면 일종의 교과서 공포증이나 강박에 걸려 학습 진도에 거의 영구적인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엄마와 정민이가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 어른들이 과연 이 텍스트로부터 충분한 의미를 추출했는지 점검하는 계기도 제공합니다. 진짜 배워야 할 건 애들도 애들이지만 우리 어른들이니 말입니다.



<새벽 2시, 혼자만의 방에서>라는 작품을 아실까요? 저는 처음 들어 봤는데 이처럼 이 책은 엄마(혹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읽고 토론(?)할 만한 여러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노릇도 합니다. 주인공 수정이는 고독 소녀가 그 별명인데 정민이는 제법 의젓하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며 엄마한테 오히려 설명을 해 줍니다. 아이가 이처럼 능동적으로 독후 활동을 하면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대견하고 안심이 되겠습니까? 요즘은 인성과 소통이 중시되는 세상, 그저 기계처럼 공부만 잘하는 애보다 이처럼 이웃과 사회와 잘 교류하는 아이가 장래에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고, 꼭 속물처럼 성공이다 뭐다를 따지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게 바람직합니다. 이 작품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다는 점에서도 또한 바람직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건 시입니다. 함축성과 추상성 때문인데 오히려 아무 배경 지식 없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이게 안 되는 건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 정답으로 정해 놓은 답안과 자신의 생각이 어긋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작용해서입니다. 그래서 특히 시(詩)는 부모님의 효과적이고 자상한 지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시를 읽힐 때 "겉만 읽지 말고 숨어 있는 보물을 캐게 하자(p133)"고 제안합니다.



엄마와 정민이의 대화 끝에는 작품(책) 내용의 정리도 있고, 정민이 친구들(?)의 다양한 독서 감상문도 따라옵니다. 이 부분 역시 유익하며,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을 접하며 어린 독자(뿐 아니라 어른들)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돕습니다. 백혈병과 싸우며 머리가 빠진 니키, 죄의식이라든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치게 해 준 앤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장운이 등 이 채책에는 어린 영웅들도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독서 대화의 소재를 애써 찾을 걸 고민할 필요 없이,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서 부모님과 아이 사이에 화젯거리가 너무 많아 고르는 일이 어려울 듯합니다. 대화를 엿보는 것도 이처럼 재미난데 직접 해 보면 어느 정도이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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