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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좋은 습관 1일 1실천
이형준 지음 / 피플앤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야 그 습관이 몸에 배어 평생을 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좋은 습관이라는 게 한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당사자가 각성한다고 해도 좋은 습관을 (단 하나라도) 몸에 붙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문가(p136)가 쓴 책을 읽고 체계적으로 노력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세상 일이 그저 의욕만 갖고 척척 진행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 책은 5주(7x5=35일) 하고도 3일 분량, 총 38일치의 매일 노력 계획이 들어 있습니다. 감사, 배움, 단정함, 목표 설정, 전문성, 용기, 존중, 창조성 등 다양한 덕목들이 38일동안 함양되게끔 치밀한 설계로 독자에게 제시됩니다. 십대 청소년 혼자 읽고 실천에 옮겨도 좋겠으나 현직 고교 선생님이신 저자가 쓰신 책이니만큼 보호자가 곁에서 지켜 보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 진행하면 더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단정한 외모를 꾸밀 줄 압니다. 저자께서는 "아무리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들은 일단 외모를 보기 마련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결코 소홀히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옷차림은 제2의 태도"이며, 저자 자신도 청바지 같은 건 따로 준비하지 않고(입을 일이 없으므로) 잘 다린 양복만 수십 벌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양복이라 해도 꼬질꼬질하거나 꾸깃꾸깃하면 안 됩니다. 결국 칼 같이 잘 준비된 옷차림 속에, 그에 상응하는 마음도 저절로 깃들지 않겠습니까. 군대에서 (총뿐 아니라) 군복과 군화를 언제나 깨끗이 간수하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가 있죠. 재미있게도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예를 들며 공무 중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을 유지한 그를 일종의 모범으로 제시하는데 만약에 그가 당대 실력자들 앞에서 군주의 단호한 자질을 역설하는 중 옷차림이 꾀죄죄했다면 그가 주장하는 바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을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p51에서는 <맹자>의 "고자하"편을 인용하며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면 반드시 그 이전에 시련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 책 앞(p30)을 보면 "모든 reader가 leader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이라고 해서 나중에 다 어떤 큰 소임을 맡게 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기왕 이 시련을 피할 수 없다면, 이 고비를 자양분으로 삼아 나중에 큰 과업에 도전하면 어떨까? 라며 스스로에게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으면 또 어떻겠습니까? 나중에 꼭 어떤 출세를 해야 인생이 보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그 자체로 위대한 여정이며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남 보기에도 언제나 좋기 마련입니다.
호기심(p18)은 지적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책에서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인용되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호기심이 없는 고양이는 벌써 (아홉 개나 되던)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책을 쓸 마음을 쉽게 먹지 못했던 저자였지만 지금은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여 독자들과 소통하는 전문가(p30)로서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기까지 합니다. 호기심 때문에 죽을까 두려워하는 고양이에게는 인생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든 것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하여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나눌 줄 아는지의 자질도 무척 중요합니다. 저자는 네 번의 큰 수술을 받은 경험담을 말하는데 이런 수술을 통해 큰 고비를 넘기고 나면 나를 치료해 준 의사, 간호사, 심지어 보험회사 등의 다른 행위주체나 조직도 다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인다고까지 합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사회적 동물이며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 고립된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는 없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라고 해도 그 지식과 기술은 사회에서 다른 이들에과 함께 지내면서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배운 것입니다.
요즘은 책들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논쟁에서 타인을 이기려 들지 말라." 논리로 상대를 제압해 봐야 그 패배한 사람은 승자에게 경외심을 갖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려 듭니다. 어떤 바보는 논리도 뭣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높여 상황을 망치고는 자신이 논리에서 이겼다고 착각에까지 빠집니다. 애초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인간의 머리 안에 무슨 참된 지식과 논리가 자리했겠습니까. 똑똑해서 남을 제압하는 것도 원한을 사기 일쑤인데 하물며 똑똑하지도 못한 사람이 우격다짐과 폭력으로 상대의 인격을 모욕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밤길을 무사히 다니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멍청이는 머리 위에 재앙이 떨어지기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혼자서 태평을 즐깁니다.
"경제가 불확실할 때는 많은 사람이 전문가를 자처한다.(p120)"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스운 건 어디 이상한 사이트에서 근거도 없이 떠들어 놓은 걸 절대진리로 믿고 함부로 퍼뜨리는 짓거리입니다. 무슨 앞바다에 보물선이 침몰했는데 이걸 인양하면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더라, 미국인들이 갑자기 서울에 자금을 몰고와 투기를 하는 바람에 집값이 폭등했다더라... 근거를 하나하나 따지며 분석하면 아무 타당성도 못 갖춘 그야말로 유언비어 가짜뉴스인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런 걸 퍼뜨립니다. 형사처벌을 받고 감옥에 가 봐야 정신을 차릴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목표를 애초에 설정 못하고 사는 인간들이 이런 한심한 짓을 저지르고 뒤늦게서야 후회하기 마련이죠.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은 엄연히 사회적 동물이니만치 소통과 교류가 없으면 도태되기나 좋지만, 반대로 너무 싸다니기만 하고 나를 차분히 성찰할 시간을 갖지 않으면 이 또한 껍데기만 남은 인생이 되기 쉽죠. 왜 수양이 부족한 인간은 도박에 빠질까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애초에 무엇인가에 중독되는 일 자체가 없습니다. 감옥에라도 갇혀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이전에는 떠오르지 않던 여러 상념과 조우하여 참된 자신의 모습이 보일 날이 올 것입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둔재를 못 이긴다고도 합니다. 다빈치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물론 그가 타고난 재능에도 크게 기인하겠지만 그 역시 꾸준히 노력하는 유형이었습니다. 노력 없이는 그도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다빈치가 아니었겠으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서 널리 인정 받은 위인도 아니었을 겁니다. 꾸준한 노력은 기록과 함께 간다는 점 새겨야 하겠습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어떤 이치도 비로소 확신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이런 걸 가리켜 통찰이라고 합니다.
휼륭한 사람은 타인에게 너그럽고(p23) 유머(p55)를 잃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맹상군의 식객이었던 풍환의 고사를 소개합니다. 맹상군이 비록 현명했다고는 하나 구중궁궐에서만 나고 자란 신분이었던 만큼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풍속을 낱낱이 알기에는 부족했을 겁니다. 맹상군이 진정 뛰어났던 점은 일견 불편하게 들리는 풍환의 고언과 충고를 진심으로 수용하고 이해했던 데 있습니다. 유머 안에는 그저 해학만 있는 게 아니라 웅변가 카토를 순식간에, 별 노력 없이도 바보로 만들어 자신의 곤경을 탈출한 카이사르 같은 이의 책략도 있습니다. 경세인들의 이런 자질이 어디 하루아침에 갖춰지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