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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사용설명서 -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ㅣ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지음, 남경보 옮김, 이장우 감수 / 여의도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모든 NFT는 프로그램 코드의 조각이다(p56)." 30년 전에 존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를 발표했을 때 이미 우리 주변의 모든 아날로그는 디지털로의 변환을 예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non-fungible이라 하면 오히려 디지털의 가장 큰 약점을 지적하는 테마였는데, 디지털은 단시간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걸 핵심 본성(때에 따라 장점이기도 한)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쯤 영화 등 저작물의 불법 유통이 일상처럼 이뤄지던 걸 떠올리면 더 실감이 나겠습니다. 그런데 역시 7~8년 전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이 이른바 "비잔티움 장군의 문제" 해결이라는 수학적 근거에 뒷받침되어 디지털의 저런 약점을 보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서 원품과 복제품의 결정적인 분별이 (인간의 오감으로는) 불가능한 걸 디지털이 이를 대체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물론 디지털은 필요에 따라 여전히 뛰어난 복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흔히 채굴이라고 부르는 작업은 원본의 진정성 확인 과정입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원본의 가짜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지가 모두의 관심사였습니다. 누군가가 보유한 돈을, 다른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돈은 휴짓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초강대국의 법화(legal tender)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일개인이 만든 디지털 화폐(따라서 화폐라 할 수도 없는)라면... 그래서 이 과정을 불특정 다수가 검산하고 복제가 아님을 증명하며 그 계산의 대가로 일정량의 화폐가 지급되며 이걸 편의상 채굴이라 부릅니다. 처음에는 채굴이 전기요금도 보전 못한다고 비웃었으나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가 오름에 따라 공장까지 차려놓고 채굴하는 이들까지 생겼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무엇인가 가치 있는 걸 모으는 이들(p34)이 반드시 있는데 본인들의 주관적 만족, 재미를 위해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거래에서 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미술품도 그렇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무엇이 원본인지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인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확실한 방법이 없었습니다(p85). 이른바 프로비넌스(p98)라 해서 믿을 만한 출처에서 구입하여 그 증명서를 받거나 일류 감정가들의 확인을 얻는 정도였는데 이 역시 그저 명망이나 위신 등에 기대는 거지 어떤 확실한 수단이 아닙니다. 어느 미스테리 소설에서는 시 의회가 소집되어 진품 다수 의결로 증명을 대신했는데 이런 건 증명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믿고 싶다는 희망사항에 지역 유지들이 보증을 서 준 것에 불과할 뿐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이 비로소 진정성 확인에 어떤 확실한 방법을 제공한 것입니다. 그 원리는 특정 비트코인 화폐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야구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특정 야구 선수를 기념한 카드 같은 것이 희소성 여부에 따라 거액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으면 위조품 문제가 반드시 등장합니다. 이 문제도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한국도 과거 과자나 식품 포장 안에 저런 야구카드가 끼워져 팔리기도 했으나 제품이 오래지 않아 단종되고 유저들 사이에 인기가 없어 미국 같은 수집 아이템의 위상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타지마할도 얼마 전 오염과 자연마모 등으로 대대적인 정비를 맞는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나 우리 나라의 각종 문화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명화는 변색 때문에 일본 업체에 보수를 맡겼다가 대중이 알던 모습과 너무도 달라지는 바람에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 NFT가 일반화하면 세월의 장난으로 훽손된다거나 하는 일은 적어도 없습니다.
위대한 아날로그 본품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특히 디지털 아트에 대한 언급이 아주 자주 나오는데(p157 이하 등. 특히 chapter 4는 메인 토픽이 디지털 아트입니다) 이미 예술은 미켈란젤로나 루벤스의 작품처럼 위대한 최초 기술이 들어간 공예품이 아니라 "아이디어, 컨셉"으로 바뀐지 오래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건 과연 뛰어난 가치를 지닌 것인지 일종의 사기인지 구별이 안 되지만 외모 장점 하나로 아티스트의 흉내를 내며 대중의 호응을 돈으로 바꿔 먹고사는 연예인들과 그 소속사라고 해서 다를 게 없습니다. 여튼 (부유하고) 젊은 세대 중심으로 디지털 아트는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하며 이 역시 새로운 시대의 대세가 될 듯합니다. 마르셀 뒤샹이나 앤디 워홀 등도 처음에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것처럼.
컴공 졸업자만 코딩을 하는 게 아니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누구나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에서 민팅 역시 누구나 할 수 있고 어쩌면 자신만의 디지털 아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 6장은 민팅하기, 7장은 그것을 판매하는 방법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고른 많은 독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할 분야이겠습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게 가장 간단한 포맷으로 가르칩니다. 누군가는 "총이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개개인의 힘과 운동 신경과 순발력 같은 게 대량으로 총포가 공급되고 물량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판도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제 특별한 손재주, 붓을 잘 놀리고 칼로 돌이나 석고를 잘 다듬는 능력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도구 덕분에 큰 의미가 없어지는 걸까요? 혹은 IQ 같은 것도 인공지능이 유용한 도구 노릇을 하니 둔재도 컴퓨터의 도움으로 천재 흉내를 낼 수 있다거나 말입니다.
문제는 구매인데, 현재 자신만의 수집품을 갖는 이들은 돈 많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아트 컬렉션은 그런 재력보다는 안목 뛰어난 이들이 저가에 미리 될성부를 떡잎을 알아보아 선취매를 한 후 이를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이들이 승자의 전유물로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하자면 주식 투자와 비슷한 것입니다. 그러려면 NFT 마켓플레이스의 특징과 구조를 먼저 (이 책 9장 같은 내용을 읽고) 잘 공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10장에서는 특히 NFT의 미래를 메타버스와 연결하여 설명하는데 어쩌면 메타버스에서 NFT 같은 핵심 기술 요소 없이 무엇을 논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책의 논의가 매우 상상력이 풍부하며 독자에게 먼 시야를 갖도록 돕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