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최고 밉상일 때 최상의 부모가 되는 법 - 자책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부모 감정 솔루션
킴 존 페인 지음, 조은경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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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가 낳은 아이라고 해도 언제나 예쁘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는커녕 때로는 마구 때려주고 싶을 만큼 미워질 수도 있겠죠. 정상적인 예로 들 수는 결코 없겠으나 최근 뉴스에 나온 대로,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친자식을 학대하여 처벌 받은 여러 한심한 부모들만 봐도, 그저 천륜이라는 장치 하나만으로 언제나 바른 육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순간의 감정에만 치우친다면 저런 끔찍한 부모, 나아가 범죄자가 되는 길이 바로 지척에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교육 석학이라는 평가를 받는 킴 존 페인이라는 분이 쓴, 비교적 간명하게 고비의 양육 노하우가 요약된 책입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적인 육아 사례가 더 많이 고려되긴 했겠으나 최근 우리도 전통적인 육아 방식에서 점차 서구적인 분위기로 이행하다 보니 이런 책에서 더 공감 포인트들을 찾는 젊은 부모님들이 많을 듯도 합니다. 


저자 킴 존 페인은 남성입니다만 어려서 자신에게 자주 분노의 폭발상을 보였던 자신의 생모, 그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몇몇 모습을 책에서 회상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저자가 여성이라고 짐작했더랬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어머니들이 이른바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신의 딸을 이용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들었으며, 이런 어렸을 때의 기억을 남자애들이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저자께서는 그런 생모의 행동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고 아직까지도 마음의 상처로 간직하는 듯합니다. 하긴 아들이라고 그 어머니의 극단적인, 혹은 사려 깊지 못한 언행에 대해 상처 받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좌절감이란, 매우 쉽게 분노로 바뀐다(p17)." 이 깨달음은 저자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워 본 후에야 명확하게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당신이 얻지 못한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는 없다." 이 말에 대해 저자는 다소 독특한 해석을 내리는데,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 속에 있는 줄도 미처 몰랐던 "베풂과 돌봄의 능력" 즉 "아이가 몹시도 미운 짓을 하며 부모를 밀어낼 때 이를 참고 지속적으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을 자신에게서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씀이나,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부모가 된 후에도 그 자녀에게 어렵지 않게 사랑을 베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 말은 왠지, 저자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을 넉넉히 못 받았기에 자신의 자녀에게도 마냥 베풀기가 힘들었다는 고백으로 들렸습니다. 사실이라면 저자는 훌륭한 교육학자이실망정 개인적으로는 좀 불행한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시대별로 육아의 트렌드가 다르다고 분석합니다. 1960년대(책에는 이렇게 나오지만 문맥상 아마 1940년대의 오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에는 맹목적인 복종의 시대, 이후 과도기(1946~69)에는 벤저민 스포크의 유명한 책이 가르친 대로 육아의 방식이라는 게 특히 중산층 중심으로 여러 패턴이 만들어져 가던 시기, 1970년대에는 자유 육아, 1980년대에는 보상과 처벌, 1990년대에는 관리자(기업 경영자나 중간 간부 등과 비슷한 개념)의 시대, 2000년대 이후에는 칭찬해주기와 설명해주기가 대세라고 합니다. 어떨까요? 우리 한국도 대체로 현재는 미국과 비슷하게 아이와 잘 소통하기, 칭찬해 주며 기 살리기가 지배적인 분위기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때로는 거칠게 반응하며 부모의 의견과 주장을 부인하기도 합니다. 독립적인 인격체인 이상 경우에 따라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이때 정말 조심해야 할 건, 부모(책 p61에는 이혼 후 아홉 살 딸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의 사례가 나옵니다)가 이런 자녀의 반응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거세게 반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교란 상태, 불안정 상태를 부모가 해소해 주길 기대합니다. 


책에서는 어떤 비유를 드느냐면, 아이와 부모가 일시 대립할 때 그 아이가 부모를 소송(싸움)의 상대방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판사 비슷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그런데 부모가 느닷 무너지면서 방어적으로 나오면, 아이는 이제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는 거죠. 자녀의 반항에 직면하여 그저 나(=부모) 자신을 지키려고 급급하거나 대등한 입장에서 감정을 드러낼 게 아니라(=원고 피고 사이의 싸움으로 갈 게 아니라), 부모는 어디까지나 아이를 달래고 안정시켜야 할 판사의 위치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어른은 어른이고, 어른이라는 건 아이보다는 더 성숙한 감정의 기제를 가져야 하니 말입니다. 


"나는 일부러 반항하는 아이는 만나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그저 길을 잃었을 뿐이다." 정말 명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꼭 미성년 자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나이 서른을 먹어도 사람은 유독 그 부모 앞에서는 아이가 됩니다. 그래서 다 큰 자식이 부모 앞에서 미친 반항도 하는 건데, 이걸 패륜으로만 볼 게 아니라 부모는 일단 더 성숙하고 더 우월한 입장에서 "아 내가 예전에 이렇게 행동을 했기에 얘가 그게 상처가 되고 서운해서 저러나 보다" 하고 일단은 진정을 시키고 이해를 해 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거칠고 막된 행동을 하다가도 결국은 풀이 죽습니다. 제3자는 얼마든지 그 자식을 단죄할 수 있지만, 부모가 자녀하고 어떻게 막된 싸움을 벌이겠습니까? 또 세상 천지에 그런 못된 자식은 없습니다. 짐승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이 책 저자의 말씀, "아이는 부모를 적대하려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게 아니라, 부모의 올바른 심판과 권위를 기다린다"는 점, 항상 명심해야겠습니다. 


특히 미국식 자녀 양육의 멋진 예로 꼽히는 게 p87에 나옵니다. 영어에서는 have와 earn의 뜻을 각별히 구분하는데, 전자가 구태여 과정을 따지지 않고 그저 손에 넣은 상태를 두루 가리킨다면, 후자는 본인의 노력과 재능을 통해 획득하는 걸 가리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노력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대체로 당신들의 성장 과정이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자녀들이 뭘 조르면 일종의 보상 심리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사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내 자녀들에게는 그런 불편한 체험을 되풀이시키지 않겠다는 일종의 배려에 기인하는 거죠. 그러나 저자는 이런 훈육이 아이에게, 그저 칭얼거리고 조르기만 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특권 의식"을 길러 줄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감정의 근육을 강화할(p89, p182)" 기회를 주라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그래서 미국 책을 보면 억만장자의 자녀들도 아빠 차를 닦게 하고 정원을 돌보게 해서 노력을 통해 용돈을 주는 방식이 그렇게나 자주 나오는 것입니다. 이걸 안 거치면 나이 오십을 넘기고도 뭘 달라고 보채며 징징거리고 세상을 향한 근거 없는 피해의식에 절어 사는 미숙아가 되는 것입니다. 


일단 부모는 어떤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필요(p128)가 있습니다. 내가 내 자신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내 자녀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책에는 저자에게 어떤 어머나가 상담을 해 온 사례를 소개하며, 아이가 들을 수 있는데 욕을 했으며 이성을 잃고 행동한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내담자에게 되묻습니다. "아이에게 진정 어린 사랑의 표현을 한 적은 몇 번입니까?" "500번 넘어요." "그럼 창피한 모습을 보인 20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네요. 스포츠 시합을 하는데 스코어가 500-20이면 크게 이긴 겁니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부모입니다." 그 내담자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귀가했다고 합니다. 지나친 자기 강박은 학대만큼이나 육아에 해롭다는 점 다시 새겨야 하겠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몸도 덩달아 아픕니다. 가짜 약을 먹고도 병이 호전된다는 플라세보 효과가 있는가 하면, 무해한 물질을 섭취하고도 지레 걱정이 앞서 병이 악화되는 "노세보 효과(p119)"도 있습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겨울 이야기>를 인용하며 왕이 자신의 아이들을 사생아로 의심하는데 나중에는 스스로 만든 망상의 노예가 되어 결국 아들이 죽고 맙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점만 제외하면 마치 태봉의 궁예와도 닮았습니다. 자신을 가장 크게 해치는 건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옭아매는 각종 집착과 망념이니 적과 악마는 자신 속에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부모가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여 연민 어린 시선으로 볼 것을 훈련(p107 이하의 내용)하라고 합니다. 요즘 자계서에 아주 자주 나오는 토픽입니다. 감정은 그게 곧 내 자신이 아니고 내가 돌봐 줄 수 있는 하나의 대상입니다. 감정이 어떤 길을 지나는지 시각화하여 지속적으로 살피고 돌보며 먼저 나 자신의 감정 균형(p133)을 맞춥니다. 이렇게 해서 나의 마음 안정이 찾아지면, 이 방법을 이제 나의 자녀에게도(p151 이하) 고스란히 실행하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자신을 안정적으로 돌본다는 믿음이 생기면 이유 없는 반항을 부모에게 하지 않습니다. 한다고 해도 부모가 이처럼 안정적으로 대응하면 곧 잦아듭니다. 이렇게 해서 유대감이 회복되고, 점차 아이 자체보다 더 큰 가치를 향해서까지 그 육아가 진화(p205)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마냥 부모님께 안정적으로 사랑만 받고 큰 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사랑을 넉넉히 받은 바 없는데 어떻게 자신의 자녀를 넉넉히 사랑할 수 있을까? 종종 자신의 자녀가 미워 죽겠다는 느낌이 드는 부모가 바로 이런 생각을 하며 한계에 부딪히고, 그럴 때마다 죄의식이 생겨 악순환의 고리를 못 끊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부모님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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