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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에 투자하라 -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부의 대이동
가메이 고이치로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11월
평점 :
금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언제나 귀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통용되는 교환 수단이었으며, 보석류처럼 몰래 숨겨두고 그 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 수단으로서도 선호되었습니다. 2008년 미국발 서프프라임 부실화 사태가 발단이 되어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울 때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대신 금이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지금 미국 경제가 코로나 영향 외에는 딱히 위험 요인이 없으나 달러가 시중에 많이 풀린 탓에 그 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지금, 안전 자산으로서 금은 다시 주목 받습니다.
구한말 한반도에서도 외국인들이 금광 채굴 이권을 노려 대거 몰려온 역사가 있고 한참 후 이를 배경으로 <노다지> 같은 소설이 창작되었으며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씨도 일제 강점기 때 광산으로 큰 돈을 벌었습니다. 금을 캔다고 하면 허황된 꿈을 찾아 헤매는 황당한 풍경이 연상되기도 하고, 엄청 고된 노동 같은 게 함께 떠올려지는데 이 책 p68 같은 곳을 보면 "인텔리전트 광산"이라는 게 이제 주목받는다고 합니다. 가상은 당연히 아니고 실물 광산인데도 "채굴에서 출하까지"를 완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며 이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어 이게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이러면 원가가 크게 낮아지므로 수익이 높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이런 기술(5G 등)이 그대로 적용되려면 "노천" 광산이라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고 책에서 언급하는데 이 역시 첫걸음이 이미 떼어졌으니 차차 지하 광산에도 두루 쓰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일단 5G와 금 채굴(무슨 비트코인 채굴도 아니고)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자체가 경이적입니다.

석유는 예전부터 수십 년 후 고갈된다고, 빨리 그 안에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 당시에도 경제성을 고려한 매장량 추산이었으며, 그새 기술이 발달하여 종전 채산성이 없던 유전도 이제는 개발 유인이 생겼고, 심지어 셰일 오일마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린 에너지 전환은 매장량이 고갈되어서가 아니라 친환경을 고려한 인위적 턴어라운드입니다. 그런데 금은 석유와 또 달라서 자연 금속 원소이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한다고 무한정 캘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금이 그처럼 흔했으면 그게 금이 아니겠죠. 금은 분명 매장에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책에서는 금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내다봅니다(p69). 희소성 있는 아이템에 더 투자 수요가 몰리는 건 너무도 당연하니 말입니다.
주식 투자, 선물 투자 등이 다 그 나름 큰 위험을 안고는 있습니다만 금 투자가 얼마나 변동성이 큰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일반인들이 잘 모릅니다. p22에는 금 값이 가파르게 오르다가 느닷 기록적인 폭락으로 돌아서 많은 이들에게 큰 손해를 안겼던 2020년 3월의 상황이 설명됩니다. 이때 금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보통은 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주식 등 다른 자산이 먼저 폭락했습니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 같은 게 주된 이유가 아니라 대형 펀드의 헷징 등 이런저런 움직임(의 알고리즘. p37)이 나비 효과를 일으킨 결과였죠. 책에 나오듯이 이때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덩달아 폭락세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산은 분위기가 변하면 다시 원 가격을 회복하는데 금은 좀처럼 잘 안 오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금은 그 자체로 아무 수익도 낳지 않고 그저 시세 차익만 기대할 뿐이니 때문이죠.
주식은 회사에 호재가 있으면 배당 등 여러 기대되는 바가 있고 채권은 고정된 이자 수익이라도 있습니다. 이러니 금 투자는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타당 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울 뿐더러 센티먼트에 따라 과대 혹은 과소 평가를 받을 요소를 지니는 게 금 시장이다.(p37)" 보통 "센티"라고 하는 그 변덕스러운 대중의 심리에 좌우되는 건 어느 시장이라도 마찬가지이지만 금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합니다. 잘하는 이들은 물론 그 변동성으로부터 큰 재미를 보지만 말입니다.
금 시장의 특성을 알려면 지난 역사를 통해 특정 원인에 의해 어떤 패턴으로 가격이 움직였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p87 이하에서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당시의 금 시장을 분석합니다. 얼마 전에 그 타계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 이야기도 책에 나옵니다. 이 사람이 개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할 때 금 가격은 피크를 쳤고 이게 전쟁 발발 한 달 전이었습니다. 주식도 그렇지만 소재는 대개 선반영이 되므로 더 이상은 오르지 않았고 이후로는 오히려 내리죠(실제 전쟁이 터져도 말입니다). 이후에 미국이 이라크에서 큰 재미를 못 보리라는(비록 전쟁에서는 이겼다 해도) 전망이 우세해지자 금 가격은 다시 반등했으나 결국 저때 형성된 최고가를 깨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파월 국무 장관(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이 연설을 할 때 금값이 폭등했다고 그때 추격매수를 한 사람은 이후 큰 손해를 봤거나 최소 1년을 물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금 보유량을 1826t이나 늘려 보유했다는 말이 책에 나옵니다(p97). 왜 이런 선택을 하겠습니까?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 석유파동을 겪으며 유가가 폭등하자 큰 재미를 보았다가, 이후(1980년대) 아무도 예상 못하게 유가가 내리자 큰 손헤를 보고 결국 이를 극복 못하여 체제가 붕괴했습니다. 이제는 경제가 개방되어 외부 투자자들이 루블화를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데, 루블화에 대한 신뢰를 주고 급격한 평가절하 위기를 피하려면 금 보유량이 어느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아무리 불환 화폐라고 해도). 이걸 달러화, 또 미 국채 보유로 대신하려면 너무 미국 좋은 일만 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죠. 중국도 어느 정도는 미국 정부에 대한 레버리지로 삼으려고 전략적으로 미 국채를 다량 보유했으나 이게 막상 미국과 싸울 때 효과가 잘 나지 않자 금 보유로 대신하기 시작한 겁니다. 또 위안을 기축 통화 대열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거래는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한 이유도 있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금은 가격 상승 요인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 가는 면이 있습니다. 큰손들이 저렇게 금을 좋아하니 말입니다.
1990년대에는 금 매각이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던 스탠스였는데 체제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후 강 달러 추세가 불을 보듯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마침 유로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였음에도 그랬습니다. 이런 추세가 너무 심해지자 각국이 협정을 맺어 금 시세를 안정시킬 것을 도모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때 해지펀드가 시장 혼란상을 파고들어 큰 이익을 벌었으며, 십 년 가까이 내리막이던 금은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아마 금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은 바로 이 맛을 즐기는 것이겠지만 이것만 봐도 일반인들이 뛰어들기엔 참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우리는 여기서 당시 각국의 중앙은행, 헷지펀드, 기관 등이 얼마나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벌여서 게임의 승자가 결정되었는지도 공부할 수 있네요.
1971년 금의 태환을 중지한다는 닉슨의 발표는 당시 핵폭탄 투하와도 같았습니다. 닉슨으로서는 겉잡을 수 없는 지출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으나, 18세기 이래 책임 있는 정부에서는 법화를 들고 오는 내/외국인들에게 일정 비율로 금을 교환해 줄 것을 보장해 왔습니다. 그랬던 걸 하루아침에 중단해 버렸으니 세계 경제에 얼마나 충격이 컸겠습니까. 또 가뜩이나 인플레 때문에 고생하던 미국에서는 달러 가치가 더 떨어져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금은 이런 계기를 맞으면 반드시 가격이 올라갑니다.
지금 증시 주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몹시 소란합니다. 왜? 코로나 때문에 미국에서도 현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생산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돈 가치만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또 앞에서 본 대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이 각자의 필요에 의해 금을 사들이는 추세이기도 하죠. 여기에, 내년 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심각합니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중국도 대만에 대해 위협적인 언동을 그치지 않습니다. 바이든이 몇 주 전 시진핑에게 "괜히 평화를 깨뜨릴 필요가 없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고 한 게 아마도 내년 초에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비하여 양면 전선을 형성하지 않으려는 제스처였는지도 모릅니다(러시아와의 싸움에 집중하려고 중국을 살살 달래는 것). 이럴 것 같으면, 이 책에서 예전 사례를 돌아보던 그 패턴대로, 금값이 내년 1월 경에 급등할지 모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대충 이 정도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인 듯한데 과연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금을 좀 사 둘까요? ㅎㅎ 위에 적은 것처럼 금은 추격 매수를 하면 큰 손해를 보거나 장기간 물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 점을 언제나 유념해서 투자를 해도 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