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 단칸방 문제아에서 인권변호사가 된 구본석의 꿈과 도전, 그리고 응원
구본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1월
평점 :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꿈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p96)." 공부라는 게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명언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가장 유력한 길 중의 하나이며, 꼭 수능이다 공시다 이런 걸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으려면 독학이든 뭐든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를 거쳐야 합니다. 하다못해 요즘은 룸살롱 사장님도 더 효율적인 업소 경영을 위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세상입니다. 노력 없이는 얻는 게 없고, 공부는 그걸 해서 남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머리와 체질 속에 고스란히 쌓이는 자산입니다. 공부가 없는 인생에 어떤 발전 같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변시에는 민사법 과목이 가장 중요하다.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p78)" 사실 요즘 변시에 대해서는 예전 사시에 비해 엄청 쉽다는 말만 들었을 뿐 딱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예전에 후배 중 한 명이 "혹시 어음법 폐지된다는 게 사실입니까? 하나도 모르는데"라고 하는 걸 들었는데 변호사가 되겠다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법조인이 유가증권에 대해, 그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법이 폐지되길 기다린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더군다나 유가증권 제도는 일반 민사제도보다도 오히려 연혁이 더 오래된, 인류가 발전시켜 온 편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여튼 저자는 가정 형편도 어려웠던 편이어서 변시 재수라고 하는 건 도무지 생각도 못할 상황이었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참 당차고 장한 마음가짐이다 싶었습니다. 여기서 저 민사법 과목 중에는 상법이 포함된다고 하며, 아마도 형식적 의미의 상법이 아니겠기에 요즘 변시에도 유가증권법이 포함되지 않겠나 싶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예전 사시(2차)에도 유가증권법은 그저 명목상으로만 범위에 포함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출제가 잘 되진 않았습니다.
p50에는 어떤 시사 사건과 관련하여 저자가 대학생 신분으로서 일정 부분 참여를 했다가 엄청난 "폭력"에 시달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은 본래 정치적 대립이 아주 살벌히 벌어지는 데다가, 한번 진영이 다르다고 찍히면 그때부터는 상대를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죽기살기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어린 나이에 그저 대의 명분의 올바름만 보고 참여했다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제 변호사가 되셨으니 더 넓고 더 자세히 세상과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대하며, 싸움의 방법도 더 가다듬고 날카롭게 벼르시길 바랍니다.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타인의 인권도 지킬 수 있는 법이겠으니 말입니다.

"아직 로스쿨이 자리잡지를 못한 상황이어서 한국사회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섬광과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 횡행할 때였다.(p26)" 그런데 이미 십 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로스쿨이 그 평판 문제를 걱정하는 걸 보면.... 현재 민주당은 물론 반대당의 후보도 사시 부활에 대해서는 전혀 입도 벙긋하지 않는 걸 보면 당분간 로스쿨 체제는 쭉 가지 싶습니다. 더군다나 윤 전 총장도 그 가장 친한 친구(이분 부친이 예전 국정원장이자 전두환 때 원내총무 역임하신) 중 한 분이 현직 연세대 로스쿨 교수이니 앞으로도 로스쿨은 별반 위상에 위협을 받지 않고 그대로 가지 싶습니다. 저자는 그런 시절에도 과감하게 선택을 잘하여 비교적 적은 비용(금전적, 시간적)을 들이고 변호사 자격을 잘 딴 것 같습니다. 과연 공부의 신입니다.
p146에는 공부 방법론이 나옵니다. 특히 수능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 읽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오랜 시간 자신을 억제하고 욕구와 충동과 싸우는 기간이기도 하므로 특히 식생활이라든가 수면 시간 같은 걸 잘 조절해야 합니다. 공부의 신은 그저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종합적인 생활 패턴 같은 걸 잘 관리해야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 듣기가 잘 안 되는 분들은 이 책의 지금 이 파트를 잘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수능 영어 듣기가 객관적으로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닌데(저도 최근에 음원을 들어 봤습니다만) 공부의 신도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수능도 그렇고 공시 준비하는 이들은 한창 호르몬이 왕성히 분비될 때 자신을 억누르고 공부를 해야 하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일 것입니다. 이 책 p160에는 운동 관련 언급이 있는데 역시 공신의 체험담이라서 경청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운동의 순기능도 잘 설명되어 있고 이게 다 저자 본인이 직접 겪어 보고 하는 말이라서 귀담아 듣고 새길 게 아주 많더군요. "공익 인권 이슈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고 자신을 잘 이끌어가는 선배 인권 변호사들을 보면 저런 체력이 어디서 나올지 궁금했다(p174)." 아마도 이 저자분의 롤 모델은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남국 씨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력! 물론 중요하죠.
p177 이하에는 생각을 생각하고, 그 생각의 생각을 생각하는 활동의 중요성, 이른바 메타인지 능력이라는 게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필수 생존 조건이 되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메타인지 능력이라는 게 그저 "나는 메타인지라는 걸 안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한계와 인식의 오류, 시국관의 재점검 등 모든 실제 사고와 신념에 대한 근본적 의심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진정한 공자의 가르침을 터득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입에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더라구요. 앵무새가 아니라 그걸 실제로 자신의 논리와 생각으로 재구성이 가능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수양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겸손"이라는 키워드가 p182에도 나옵니다. 메타인지를 (수능) 학습에도 도입하여 내가 뭘 알고 뭘 아직 모르는지 체크하는 과정이 요즘 자계서에 부쩍 자주 강조됩니다. 사실 이게 메타인지의 진정한 뜻인지는 헷갈립니다만 뭐 말 자체는 옳은 말이니까요 그대로 따라해 보면 유익할 듯합니다.
수능에서 킬러 문제는 보통 수험생의 맹점을 찌르는 문제이다(p238). 정말 맞는 말입니다. 개념을 보고 그 기출 문제를 다시 보면 당연히 포인트가 눈에 띄므로 블라인드 상태에서 풀어야지 개념 강의를 듣고 푸는 건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저자의 말이고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특히 수학의 경우 이른바 개념 강의라는 게 과연 킬러 문제를 푸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기나 하는지 의문입니다. 저자는 성실이라는 덕목을 특히 강조하며, 킬러 문제를 푸는 비결이 설령 있다 한들 인터넷 같은 데 함부로 공개하여 천기를 누설(?)하면 성실히 혼자 노력하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보겠습니다. "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이미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이는 그리 절박하지 않습니다. 맨손일 때라야 가장 꿈이 뜨겁고 또 아름답기도 합니다. 어떤 노력이라는 게 꼭 결과가 생겨야 뜻깊은 건 아니고, 그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독자들도 따라 노력하여 저자처럼 성공하면 물론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인생의 참뜻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