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질문력 - 대화에 서툴고 서로가 어색한 아빠와 아들의 생활밀착형 카운슬링
조영탁.조예준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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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넷 창업자 조영탁씨와 그 아드님(미국 명문 과학고 재학중)이 소통한 방법과 기록을 다룬 책입니다.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특히 아빠와 아들 사이의 소통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잘 통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이야기가 잘 되지만, 어떤 분들은 정말 극한의 대립상을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부자의 갈등의 역사의 큰 줄기를 바꿔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 부친이 어려서부터 아들과 잘 소통하고 애정을 좀 더 기울이기만 했어도 저렇게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인이 그 바쁜 와중에도 아들과 꼼꼼하게 자상하게 소통하는 모습은 더군다나 드물기에 책을 열심히 읽어 봤습니다.


조 대표께서 창업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던 사람 중에는 아마 빌 게이츠가 있었을 겁니다. 그즈음이야말로 MS의 전성기였고 경쟁사 애플의 제품은 호환성 결여로 갈라파고스식 실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죠. p26에는 그런 빌 게이츠의 삶에 대해 제법 긴 설명이 나오며 "사회로부터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했기에 위대한 인물"로 그를 정리합니다. 


"똑똑한데 나쁜 사람보다는, 일단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p20)" 이는 조 대표의 아드님이 한 말입니다. 여기서 그 부친으로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인성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일단은 안심한다"입니다. 안심까지 하셨던 걸로 보아 아드님이 일단 꽤 똑똑한 편인가 봅니다. 만약 똑똑하지 않은 아들이 저런 말을 했다면 "넌 이미 충분히 착해. 그러니 이제부터는 똑똑해지기 위해 노력하렴." 같은 말을 아버지가 하진 않을까요?(농담입니다) 여튼 인성이라는 말이 상당히 막연하기는 하나, 정상적인 주변 인물로부터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평판을 얻기는 한다면 성공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조 대표가 안심했다고 한 건 그간 기울인 아버지로서 자신의 소통 노력이 일단 의도한 바대로 나타났다고 봤기 때문이겠습니다. 


인생은 어떤 면에서 허무합니다. 잘생기건 못생기건, 부유하건 가난하건, 똑똑하건 멍청하건,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찼건, 자신에게서 아무 장점도 찾을 수 없어 남탓 타령으로 날을 지새우는 인간이건 간에, 늙으면 모두 추하게 주름이 진 얼굴로 변해가다 한 줌 재로 화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공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그렇기에 가장 소중한 건,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이다.(p42)"라는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영화 <빠삐용>에서도 꿈에 주인공에게 신이 나타나 "(네가 설령 아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해도) 너는 네 인생을 낭비한 죄를 저질렀기에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선고를 받으면 아무도 억울하다는 항변을 못할 것입니다. 


아빠가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해 주면 그 다음에 아들의 소감이 나옵니다. "아빠는 돈에 대한 내 가치관이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또한 실제로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게임이나 유튜브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좋지 않다는 걸...(p48)"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유튜브나 틱톡을 보는 시간이 너무 많죠. 하긴 노인분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유튜브에 과한 시간을 쓰긴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가 별 의미 없는 소일거리에 이처럼이나 많은, 귀한 시간을 쓰게 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유대인이 그 두뇌가 우수하고 교육열이 높은데 한국인도 이와 비슷하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크게 다르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유대인은 뭐든지 다른 사람과 다른 방법으로 하려 드는 반면 한국인은 남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려 든다.(p55)" 남을 따라한다는 게 얼마나 멍청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고, 스타일을 제대로 소화도 못한 채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걸치고 머리 모양을 우습게 가꾸는 걸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앞에서도 아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일단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이 "세상에의 기여"라는 말은 앞에서 빌 게이츠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일관되이 이 책에서 강조됩니다. 


유대인들에게 남들과 다르다는 건 곧 거룩하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67). "아빠는 6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꿈 이야기를 하면 신 나서 막 떠드신다.(p79)" 표현이 저렇긴 해도 실제로 이 창업주가 아직도 자신의 회사에 대해 더 나은 비전을 갖고 이런저런 개선과 창성의 미래를 설계하며 그 포부를 밝힐 때 아마 그 안광이 형형할 것이라 상상됩니다. 회사는 자신의 분신이고 그 자신의 미래를 꿈에 들떠 논할 때 그에게는 일종의 신이 강림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대인이 말하는 "다르다는 이름의 거룩함"인 것이죠. 


누가 뭐라 해도 한 분야에서 끈질기게 노력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재능이 아닐까요? 애초에 재능이 없다면 그처럼 노력을 할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독자인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공저자 중 한 분인 조예준의 생각은 다르다고 (그 부친이) 말합니다. "그릿이라는 단어도 오늘 처음 들어보았다.(p133)" 사실 그릿은 미국 자계서에서 먼저 개발해 우리 나라에 퍼졌죠. 읽어 보니 그리 적극적인 반대는 아니고, 아마도 재능을 가진 자신에 비해 노력에 더 의존해야 하는 다른 또래 경쟁자들이 의식되어 그리 말한 듯합니다. 재능이 있어도 바짝 노력해야 경쟁자가 아예 접근할 엄두를 못 내는 법이니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말 "보보시도량(步步是道場)"이 p145에 인용됩니다. 道場을 "도량"으로 읽는 게 특이하죠. 여기서도 저자 조 대표는 끝없는 노력을 강조합니다. "평생 학습을 즐기고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하라." 이처럼 내가 아직도 부족하고 배우고 더 배워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라야 어떤 발전이라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격 수양(p172), 상부상조(p165) 등 파편화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비로소 온전한 자아실현을 해 내는 공감형 인간을 강조합니다. 앞으로 세상은 망의 발달로 더 촘촘히 연결된 구조를 가질 것이며, 그럴수록 공감능력 증대와 가식 없고 참된 감정으로 교류하는 자질이 중시될 듯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결국 이런 사회 변천의 핵심을 꿰뚫는 이가 더 큰 성과를 내고 높은 평판을 받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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