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을 알면 노래가 쉽다 - 성악 발성 길잡이
김정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노래를 잘하고 싶으며 특히 연말 회식이나 이런저런 모임에서 한 곡조 뽑아야 할 일이 잦아지면 더욱 아쉬워지는 게 노래실력입니다. 성악가처럼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다 해도 적정 수준으로만 듣기 좋은 노래가 되어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은 성악의 기초 원리만 잘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용시키기만 해도 실력이 나아진다고 하네요. 


대중가수, 성악가, 뮤지컬 가수 등은 모두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대중 앞에 선다는 점이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이들이 차별되는 걸까요? 책에서는 "공명(共鳴)"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p21에는 "돔 모양의 구강 구조"가 그림으로 나옵니다(p77의 그림도 같이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즉 사람의 구강을 돔 구장과 같은 구조를 지녔다며 저자는 비유하는 건데, 연주홀도 "그 실내 구조가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진 건 그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p32)" 이 공명을 최대 효과로 내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합니다. 연주홀 자체가 이처럼 공명을 극대화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정작 연주자인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성악에 맞게 공명하지 못하면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성대를 잘 쓰라는 조언은 요즘 TV 예능 같은 데서 보컬리스트들이 많이 해 주기에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대의 내전근을 잘 써야 하는 건 물론이지만, 몸 전체, 사람이라는 악기를 두루 잘 쓸 줄 알아야 한다(p38)"고 합니다. 


"정지된 물체는 운동 에너지가 제로(p39)" 이 원리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저자는 상기합니다. 또 베르누이의 원리도 언급하는데 직접 레슨을 받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원리를 책에서 언급해 주는 게 효과적인 듯도 합니다. "압력과 위치 에너지, 운동 에너지의 합은 일정하다(p42)." 이로부터 저자는 공기가 소리의 내전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성대 사이에 공기가 흐를 때 성대는 서로 가까워진다(p44)"고도 합니다. 소리를 낸다는 건 바로 "성대가 진동한다는 뜻이다(p46)." 이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내가 예사로 내는 소리도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감이 잡히는 듯도 합니다. 저기서 "내전(adduction)"이라는 말의 뜻은 책 후반부 p172에 보면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외전도 함께).


물리학에서 모든 현상은 입자 아니면 파동으로 설명됩니다. 이 중 소리는 파동이며, 파동에는 종파와 횡파가 있는데 성악가의 소리는 횡파가 아니라 종파인 점에 유의하라고 합니다(p49). "성악가는 공기를 소리의 매질로 사용한다." 그리고 p54부터 "공명", 즉 이 책의 핵심 주제가 상세히 설명됩니다. "음정을 만드는 건 정확한 진동수, 즉 Hz를 만드는 일이다." "타고난 성대가 짧으면 진동수가 많아져서 고음을 내는 데 유리하다." 중고교에서 배운 물리의 원리가 이처럼 일일이, 좋은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적용되는 과정이 신기합니다. 이 파트의 설명이 무척 자세하고 체계적이어서 물리학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보조 교재로 활용해도 될 듯합니다. 


p66 이하에는 "포먼트"라는 생소한 개념이 나옵니다. "앞 음정의 울림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음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면 음이 툭툭 끊어지고 노래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들리는 거죠. 제 개인적으론 특히 흑인들이 이런 점에서 뛰어난 듯하더군요. 이 간격이 아주 짧기에, 높낮이가 크게 차이 나는 여러 음을 그처럼 빨리 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앞에서 저자는 성대뿐 아니라 몸 전체를 악기처럼 두루 잘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p80에서는 그 중 하나로 "흉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성대의 울림이 저음에서 고음보다 배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강보다는 흉강과 인두강 등의 울림이 비교적 크게 형성되어야 하는 게 저음이라고 합니다. 호흡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면서 성대를 울리게 해야 하는데 호흡을 일정히 유지하며 점차 비강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노래를 잘하는 건 그저 타고난 줄 알았는데 이처럼 구체적인 원리가 있으니 어느 정도까지는 누구나 훈련을 통해 노래 실력을 낫게 하는 게 가능한 거죠. 


"형, 저는 베이스 아리아를 부르면서 저음을 낼 때 왼쪽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요(p126)." 저자는 각자가 감각적 루틴이 다 다르다고 해도, 근육의 위치와 신경감각의 전달은 서로 비슷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레슨을 하는 분들이 쓰는 말 표현이나 짚어 주는 포인트는 달라도 결국 내고자 하는 효과는 같은 것입니다. 만약 모든 레스너들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전부 이 책과 같은 방식, 같은 표현으로 가르치겠죠.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공명"입니다. 이는, 폐의 구조와 기능을 정확히 알아 가장 (성악에) 효과적인 호흡을 내는 방법과 통합니다. 네 발로 다니는 동물은 흉식 호흡이 어렵고 복식으로만 가능한데, 사람은 둘 다를 할 수 있습니다. 횡격막을 충분히 내려가게 하고, 이로써 복압도 충분히 발생하게 하는 게 노래 잘하는 비결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쓰는(use) 식이 되어야 하며, 억지로 가지고 버티는(hold) 게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p138). 언제나 염두에 두고, 이렇게 해야지 라며 의식해야 할 명제 같습니다. 여튼 복식호흡의 중요성을 인식하던 중 수영을 하며 또다시 복식 호흡의 다른 면을 깨달았다는 말도 나오는데 수영 하시는 분들은 특히 유념해서 볼 대목 같습니다. 수영 선수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파" 파고 내뱉는 그런 방법으로 횡격막을 충분히 쓰라고 합니다. "쓰다 남은 숨을 버리고 새 숨을 쉬어야 한다(p147)."


이어 p152 이하에는 바른 숨 쉬는 방법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일일이 인용하지 않겠으나, 과연 이렇게 숨을 쉬어야 타인이 듣기에 좋은 소리가 나오며 어쩌면 이게 건강에도 올바른 숨쉬기 방법이지 싶었습니다. 


p164부터 이어지는 3부는 후두 등 목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옵니다. 여기서 저자는 성대를 두고 "쓰지 말고, 쓰이도록 하자"고 합니다. 보통 골프를 칠 때도 그렇고 노래를 할 때도 "힘을 빼라"는 주문을 하는데, 이러려면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은 이런 문화가 아주 강하기 때문에 (노래뿐 아니라) 어디서든 힘을 빼고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소리는 단기간에 멋진 소리를 내려고 지나치게 골몰할 게 아니라, 자신의 소리가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연습을 하면 목이 막히고, 성대가 잘 붙지도 않게" 된다는 거죠. 


"처음 볼륨의 절댓값은 없다. 그런데 마지막 솔 음의 볼륨이 가장 작아야 하는데 이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된다. 고음에서 날숨의 압력이 강해지고 성대에 강한 압력을 주게 된다. 이러면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p197)." 실제로 제가 소리를 내어 보니 과연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니 노래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거죠. 또 원리도 모르고 방법도 틀렸으니 개선이 안 되고 더 흥미도 잃게 됩니다. 


p222에는 모음 삼각도가 나오는데 우리가 중3 국어시간 때 배웠던 것과는 가로축으로 대칭이 된 모습입니다. 이탈리아어에 정통한 저자는 일일이 단어의 예를 들며 모음을 바로 내는 방법을 일러 줍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이처럼 음성학, 호흡법, 인간 신체 구조의 의학적 분석까지 뒤따르는 무척 복잡한 과정입니다. 허나 노래를 잘하고 싶은 절박함이 있다면 이 원리들이 어렵게만 다가오지는 않겠으며 오히려 어떤 이치가 규명되었으니 이대로만 따르면 되겠다며 안도감이 느껴지겠습니다. 고급용지에 인쇄되었으며 컬러 도판이 많은 멋진 구성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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